“남의 법 문화라면 1,500년 전의 로마법까지 공부하면서도 미국 역사보다 300년이나 앞선 경국대전 내용은 알 필요가 없다는 법조인과 공직자들이 한심스럽습니다.”
김재문(62) 동국대 법학과 교수가 조선의 법문화 이론을 집대성한 <한국전통법 연구> (전 5권ㆍ아세아문화사)시리즈와 전통법 중 민법이론 시리즈(전 3권ㆍ동국대 출판부)를 함께 펴냈다. 한국전통법>
석사논문(1979년) 이후 30여년간 써낸 90편 가량의 전통법 논문을 추린 결과물. 한국 전통법 연구시리즈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정치와 백성의 관계, 애민사상, 평등사상 등의 민주주의적 전통, 법조윤리와 입법과 재판이론 등을 추렸고 직무에 충실했던 공직자와 법조인을 소개하는 일반론적인 성격이 강하다. 반면 민법시리즈는 조선의 채권법, 가족법, 소송법, 담보제도 등을 다루고 있는 전문적 성격의 저작이다.
그가 전통법 속의 민주주의 이론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노비에 관한 조선왕조의 법제에 관해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30여년 전이다. 영조 때 나온 일종의 재판 규정집인 <추관지(秋官志)> 를 읽다가 ‘하늘이 사람을 만들어 낼 때 언제 귀천을 두었는가. (노비)는 소ㆍ말ㆍ닭ㆍ개와 같은 재산이 된다. 추관지(秋官志)>
이 어찌 하늘의 이치인가’라는 구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조선의 민본주의적 전통을 부정하는 식민사관의 영향력이 여전했지만 그는 이 때부터 전통법 속의 민주주의 이론에 대해 천착하게 됐다.
“조선은 봉건체제이기는 했지만 법 앞의 만민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였다”는 그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리가 현실적인 요즘과 달리, 조선에는 부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을 받으면 절대로 보석을 요청하지 못하는 법이론이 있을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입법과정의 신중성과 민주성도 귀감이 될만하다고 덧붙였다. “조선에는 법을 하루 아침에 전국적으로 시행할 때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법을 제안한 공직자의 마을에서 먼저 시행하자는 이론도 있었다”며 “여론수렴절차를 무시한 채 탁상공론식으로 법을 만드는 관료, 의원들을 애둘러 비판했다.
전통법 이론을 연구하기 위해 30년 간 서울, 대전, 상주, 전주, 광주 등 전국의 도시를 찾아다니며 1만권 가량의 책을 구했다는 그는 “경국대전의 40% 가량은 부패한 공직자를 처벌하는 규정이었다”며 “어느 때보다 공직자 윤리가 강조되는 정권 초기인 만큼 위정자들은 꼭 전통법을 공부하기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글=이왕구기자 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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