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애그플레이션(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와 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공포에 빠져 있지만 농산물 펀드는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날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지난 3개월동안의 펀드 수익률을 보면 해외 주식형 펀드는 -13%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농산물 펀드는 최고 14%의 수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농산물 가격이 상당기간 동안 고공행진 할 것으로 보여 농산물 펀드는 애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상품으로 등극할 태세다.
농산물 펀드의 미래가 장밋빛인 이유는 일단 옥수수, 사탕수수 등이 대체에너지 원료로 쓰이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 또 중국 등 신흥시장도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주식이 쌀, 밀가루 등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경작지는 점차 줄어 들고 있는 추세.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농산물 가격은 오르고, 펀드 수익률은 좋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꼼꼼히 따져 보지 않고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손실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농산물 펀드에도 농산물 파생상품과 연계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도 있기 때문. 후자의 경우에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농산물 가격 상승→원가 부담→실적 악화→펀드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순수 농산물 펀드 중에 지수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파생상품 펀드의 경우에는 3개월 수익률이 14%에 달하는데도 기업에 투자하는 도이치 DWS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주식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만 봐도 이는 자명하다.
또 순수 농산물 펀드는 아니지만 일정 비중을 농산물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도 있다. ‘한국월드와이드원자재재간접’펀드는 원유, 천연가스, 구리, 농산물 등으로 구성된 원자재 선물지수와 이들 원자재를 채굴,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 ‘우리Commodity인덱스플러스파생1호’ 펀드는 원유, 금, 구리, 아연 등 광물 자원 뿐만 아니라 커피, 옥수수, 면화 등 농산물 실물 자산도 편입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 펀드의 경우에도 투자 비중의 35% 정도를 농산물 실물상품지수에 투자하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농산물 펀드는 농산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만큼 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투자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또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투자자라면 순수 농산물 펀드보다는 농산물을 포함한 원자재 펀드가 더 낫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truest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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