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을 둘러싸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행보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손 대표는 15일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물밑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시점을 계기로 ‘강성야당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14일 밤 양측의 협상라인에서 ‘해양수산부 폐지, 여성가족부 존치’쪽으로 사실상 의견접근이 이뤄졌지만 이명박 당선인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하는데 부처가 늘면 안 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대화가 틀어지자, 15일부터 이 당선인과 공개적인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농촌진흥청 모두 존속’을 고집하고 있다. 손 대표의 측근은 17일 “이 당선인측의 (해수부 폐지)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타협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16일 해수부 폐지 저지를 위한 행사 참석을 통해 의지를 과시했다. 그는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해양수산부 폐지를 반대하는 지식인포럼’소속 교수들과 간담회를 갖고 “해양과 수산업무를 분리해 쪼개는 것은 미래발전 전략과 맞지않다”며 “해수부가 없었다면 어민, 해양관련 국민은 훨씬 더 큰 피해를 보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호남지역의 여수 광양 등 항만도시를 순회했다.
손 대표가 해수부에 집착하는 것은 여야관계의 첫 시험대인 정부조직법 개정 줄다리기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경우 당 안팎에서 어려운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과의 전면 충돌국면은 당내 손 대표 체제의 안착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이 협상과정에서 강성분위기로 돌아서지 않았다면 오히려 손 대표가 야권 내부에서 위기상황에 몰리고 입장이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손 대표의 측근은 “손 대표가 경기지사 때 평택 항 배후단지개발 등 경험으로 해양부문이 종합행정으로 다뤄져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며 “이 당선인의 해양부 폐지방침 이면에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의구심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이 문제로 김효석 원내대표와 미묘한 갈등양상을 빚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15일 “대표가 강하게 나와 나는 할 일이 없다”며 손 대표가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연장선상에서 손 대표는 “총선을 의식한 의도적 강경행보로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부담도 안고 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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