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의 조각가’ 부르델이 온다.
로댕, 마이욜과 함께 세계 3대 근대조각가로 꼽히는 에밀 앙트완 부르델(1861-1929)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활 쏘는 헤라클레스-부르델’전이 29일부터 6월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회화 위주의 국내 ‘블록버스터 전시’ 풍토에서 드물게 열리는 이 대형 조각전에는 부르델이 로댕의 조수로 조각에 입문한 초기부터 사망 2년 전 제작한 최후의 작품들까지 총 75점의 조각과 48점의 데생 및 수채화가 전시된다.
전시작들은 부르델 작품 거의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 부르델미술관에서 빌어온 것들로, ‘활 쏘는 헤라클레스’, ‘비극적 마스크의 베토벤’, ‘알베아르 장군 기념비’, ‘한니발 최초의 승리’ 등 대표작들이 망라됐다. 부르델미술관은 7개월에 걸친 일본 순회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건너오는 이 작품들을 향후 10년간 해외에 반출하지 않겠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전시는 파리에 가지 않고는 보기 힘든 부르델의 주요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프랑스 남부 도시 몽토방에서 목공예사의 아들로 태어난 부르델은 1893년부터 15년간 로댕의 공방에서 보조 조각가로 일했다. 이성의 아폴론과 광기의 디오니소스를 대비하는 니체의 개념 구분을 빌어, 로댕은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충동을 구현하는 ‘디오니소스적 조각가’로, 부르델은 밝고 이성적인 정신을 상징하는 ‘아폴론적 조각가’로 자주 명명된다. 실제 부르델은 10여년에 걸쳐 ‘아폴론 두상’을 만들었는데, 스승 로댕에게 헌정한 이 작품을 그 스스로는 최고의 작품으로 여겼다.
‘아폴론 두상’으로 로댕으로부터 독립했음을 선언한 부르델은 1909년부터 그리스 아케이즘 양식을 원용한 독자적 예술세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원전 700~400년 성행한 아케이즘은 기하학적 양식에서 벗어나 사실적으로 인체를 표현하려 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예술사조. 그리스 출신의 두 번째 아내와 생명력 넘치는 춤으로 그리스 원시예술을 구현한 이사도라 던컨의 영향으로 그리스의 예술세계에 깊이 감염된 부르델은 해부학적 디테일을 버리는 대신 덩어리의 힘찬 윤곽으로 인간 본질을 강조하는 고유의 조형언어로 20세기 그리스 미술의 ‘맏아들’이 되었다.
박력과 단순성을 추구한 부르델의 조각들은 그리스의 최초의 여류시인을 빚은 ‘사포’와 ‘한니발 최초의 승리’, ‘과일’ 등 대형 작품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 중 절제된 힘의 균형과 근육이 생동이 걸작인 ‘활 쏘는 헤라클레스’는 높이 248㎝, 길이 240㎝에 무게만 540㎏에 달하는 대작으로, 진품으로 인정받는 총12점의 에디션 가운데 첫 번째 에디션이다.
‘불멸의 화가-반 고흐’전과 함께 열리는 부르델전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10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0시~오후 8시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 7,000원, 어린이 5,000원. (02)724-2408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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