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무한도전 80% 광고 20%'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무한도전 80% 광고 20%'

입력
2008.02.18 05:43
0 0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간의 자유로운 융합이 가능해지면서 미디어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융합의 흐름을 조율하는 정책은 미디어 그 자체에만 국한되어 있다.

미디어에 담길 콘텐츠 정책은 여전히 미진하다. 그릇을 아름답고 튼튼하게 만들 생각만 할 뿐 그 곳에 담을 요리는 별 신경을 쓰지 않은 형국이다. 미디어 산업의 트렌드는 디지털 미디어 자체 기술보다 콘텐츠의 경쟁력과 유통의 경쟁력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절대 강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는 그 양이나 질을 떠나 점점 더 드라마와 오락물 두 유형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공영이든 민영이든 큰 차이 없고 뭐 볼만한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찾아보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온다.

국내 총 가구의 80% 이상이 유료로 시청하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은 한 술 더 뜬다. 지상파 계열의 PP들이 자사 방영 프로그램 일색으로 재탕 삼탕을 하고 있다. 대형 MPP들은 많게는 일곱 여덟 개의 채널을 소유하고 있지만 오히려 채널 간 서열화가 이루어져 대부분이 대표 채널의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

그나마 주된 프로그램 역시 소위 미드 열풍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미국 중심의 해외 구매 프로그램들이다. 자체 제작 콘텐츠 비율을 높여가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해외 성인 프로그램과 유사한 내용으로 제작된 성인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성인물이나 미드 열풍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유료방송이기 때문에 여러 층의 시청자들의 요구에 적합하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죽하면 돈을 주고 보는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 무한도전 80%, 광고 20%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올까.

지상파나 유료 방송 채널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콘텐츠를 서로 베껴먹고, 돌려먹고, 우려먹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한미 FTA 협상 체결에 따른 방송시장의 개방은 향 후 국내 방송영상 시장의 미국 프로그램 의존도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상파 DMB는 지상파 재방 채널로 전락하고, 위성 DMB 역시 콘텐츠 부족과 기획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제 IPTV 등 새로운 매체의 방송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많은 신규 콘텐츠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 할 때마다 사업자들은 거창한 콘텐츠 제작 및 지원을 약속하지만 실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공염불이 돼 버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콘텐츠 부족의 심각성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통한 콘텐츠 부가가치가 확대되거나 시청자 복지가 향상되기는커녕 대부분의 독립 제작사들의 영세성과 함께 기본적인 콘텐츠 부족으로 오히려 국내 방송영상 시장은 왜곡과 위축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미래산업이니 성장동력산업이니 하는 말의 성찬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콘텐츠 진흥 정책을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다.

문화산업은 국가 산업이다. 사실, 자국의 문화정책을 규정하면서 문화적ㆍ예술적 활동을 장려하고 문화산업을 진흥시키며 문화와 경제 간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한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확립되지 않으면 문화산업 지원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