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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SOS 돕고 단골 확보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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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SOS 돕고 단골 확보 '윈윈'

입력
2008.02.1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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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휴대폰 케이스 및 부품 생산업체 W사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히려 심한 ‘성장통(痛)’을 앓았다. 임직원들 의견이 뿔뿔이 갈려 손발이 따로 움직였고, 내부 비전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간극을 메우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진지한 대화가 필요했지만 우왕좌왕하며 성장에 걸맞은 미래 전략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이 때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 기업컨설팅 팀이 ‘식스맨’으로 투입됐다. 이들은 두 달에 걸쳐 W사의 국내(서울 용인) 및 중국(동관 다롄) 사업장으로 출근, 임직원을 일일이 인터뷰했다. 불만과 기대가 함께 표출돼 심리적인 갭(gap)이 좁혀지면서 회사의 비전과 경영방침을 나누는 경영설명회가 탄생했다. 식스맨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성과급제 도입을 위한 2차 프로젝트도 일궈냈다.

#2. 풍력발전 타워 제작업체 S사는 신규공장 건립과 기업승계가 발등의 불이었나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었다. S사는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에스오에스(SOS)’를 쳤고, 즉각 해당 지점과 본점 기업컨설팅부, 프라이빗뱅킹(PB)사업단으로 삼각편대가 구성됐다. 이들은 몇 주간 작업 끝에 사업 확장에 따른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승계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는 방안도 찾아냈다. 혜택은 S사만 누린 게 아니다.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우리은행의 해당 지점은 지역 내 대출유치 경쟁에서 앞서갔고 새로운 영업기회(퇴직신탁 등)도 얻었다. ‘누이(기업) 좋고 매부(은행) 좋은’ 일인 셈이다.

은행이 기업에 돈만 꿔주고 이자만 챙기던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자금조달 사정이 조금만 나빠져도 대출 자체를 옥죄거나 금리를 훌쩍 인상해 기업들의 공적(公敵)이 되곤 했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기업 컨설팅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관계금융’(Relationship Banking)을 시도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기업 컨설팅은 법률 세무 회계 등의 전문상담을 통해 경영관리, 사업 타당성 검토, 내부 시스템 체계화, 인사조직 개선, 기업승계 등 기업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서비스를 밀착 제공하는 것이다. 금리경쟁이 아니라 단골경쟁, 즉 기업의 마음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은행들은 이 같은 기업 컨설팅 서비스를 거래기업은 물론, 요청하는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 대부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골몰하는 은행 입장에서 각계 전문가를 몇 달 동안 현장에 투입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단골고객과 미래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뜻하지않은 영업기회도 얻으니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영세 중소기업을 챙기니 사회환원이라는 대의도 덤으로 얻는다. 기업도 은행을 ‘미워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방식도 전화 몇 통, 자료 몇 건 주고받는 식이 아니라 철저히 현장 중심이다. 신한은행은 일단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면 아예 해당업체의 직원이 된다. 은행 관계자는 “일회성 진단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관계를 맺기 때문에 2차, 3차 등 후속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역시 은행 직원이 해당업체에 상주해 재무적인 것부터 전반적인 흐름까지 꿰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컨설팅 서비스를 실시(2001년)했다는 자부심을 토대로 ‘백년대계’(가업승계) ‘우리CAMP’(기업현안 해결) ‘스타트업-V’(창업) ‘사회공헌’ 등으로 컨설팅을 세분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컨설팅의 맏형격인 기업은행은 250개 중소기업의 컨설팅을 진행했고, 국민은행은 579개 중소기업을 지원했다.

올해도 기업 컨설팅 붐은 지속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기업승계 및 인수ㆍ합병(M&A)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은행은 창업기업 및 지방 산업단지공단 기업 등을 눈 여겨볼 참이다. 은행의 기업 컨설팅이 시나브로 은행과 기업의 ‘윈-윈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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