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주스 봉지 5,000여개를 재활용해 만든 드레스를 입고 카네기홀에 오르는 한인 피아니스트가 뉴욕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줄리아드 음대 출신 피아니스트 이소연(29ㆍ여)씨로, 뉴욕타임스(NYT)는 이씨가 주스 봉지를 정사각형으로 잘라 이어 붙인 드레스를 입고 19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할 예정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재활용 드레스는 이씨가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공연을 통해 알리기 위해 고안하고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니나 밸런티가 제작했다. 밸런티는 옥수수, 콩, 대나무 등은 물론 깡통 등 폐기물로 옷을 만들어 주목 받아온 디자이너. 사진을 통해 공개된 드레스는 하얀 바탕에 보라색 포도 무늬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 콘서트 ‘라이브 어스’(Live Earth) 공연을 보고 난 뒤 어떻게 음악을 통해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며 “마침 약혼자가 주스 봉지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것에 착안했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약혼자 톰 재키는 폐기물을 활용해 연료와 비료 등을 생산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올해 4월부터 주스 봉지를 재활용해 가방과 필통을 제작, 타깃과 오피스맥스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전국에 판매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50억개 이상의 주스 봉지가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키는 “쓰레기 재활용 사업은 어린 소비자들에게 폐기물이 훌륭한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주스 회사에 직접 부탁해 학교와 교회 등에서 수거한 주스 봉지로 드레스를 만들었다”며 “쓰레기를 재활용을 통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드레스에 ‘자연 대 미래’ (Nature vs. future)라는 이름을 붙인 밸런티는 “무대에서 입기에 편하지 않지만 드레스가 상징하는 바가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이 드레스를 입고 피아노 앞에 우아하게 앉는 것이 문제”라는 이씨의 고민에 NYT는 “우아하지 않을지라도 피아노를 연주하기에는 오히려 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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