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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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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잡상인

입력
2008.02.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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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지하철을 안 타다가 요즘 들어 날마다 타고 있는데, 한두 달 사이에 잡상인들이 두 배는 는 것 같다. 하루는 1호선, 성균관대역에서 신길역까지, 갈 때 세 사람, 올 때 네 사람을 만났다.

올 때만 얘기해보자면 첫째 상인은 3,000 원짜리 건강약품, 둘째는 1,000 원짜리 초강력 접착제, 셋째는 1,000 원에 세 갑 준다는 붙이는 파스, 넷째는 1,000 원짜리 신축성 뛰어난 칼라버선을 팔았다. 30여분 동안 네 사람이 칠팔 분씩 객차를 차지하고 한바탕 떠들어댄 것이다.

접착제 상인은 기다란 물건을 들고 직접 접착해 보이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었다. 그들의 화려하고 절박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판매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지난 초겨울에는 장갑 같은 것은 불티나게 팔렸고, 그 외의 것들도 최소한 열 사람 정도가 샀는데, 그날은 네 사람의 실적을 합쳐도 열 개가 안 팔렸다.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잡상인은 배로 늘고, 지갑을 여는 승객은 10분의 1로 줄은 걸 보면. …1호선은 평일 대낮에도 노인들이 서가야 할 만큼 붐비는데, 잡상인들의 외침에 시달리는 승객들, 오만상을 쓰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항의하거나 어디로 신고하는 사람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먹고 살아보겠다는 처절한 목청과 몸짓을, 견딜 뿐이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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