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충안 보고받은 이명박 당선자 난색김형오 "없던일로" 선언신당 발끈 "모두 살려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처리를 위한 대통령직 인수위,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간의 협상이 15일 계속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되는 양상이다.
양측은 14일 밤부터 이날 내내 타결임박과 무산위기, 결렬에 대한 책임공세 등 양극단을 오가며 극심한 혼선을 거듭했다.
당초 14일 밤 한 때 만해도 절충안 합의가 막바지에 이르는 듯 했다.
통합민주당의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과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모처에서 회동한 자리에서 원안 대로 해양수산부를 폐지하되 여성가족부와 농촌진흥청을 존치시키기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양당 주변에선 합의서에‘도장’을 찍는 절차만 남겨뒀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상황은 이후 급변했다. 두 사람이 헤어진 뒤 이명박 당선인이 절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소식을 김 부위원장이 전해 오면서 협상은 한 순간에 경색됐다. 김 부위원장은 “일단 없던 일로 하자. 이 당선인이 절충안을 받기 힘들다고 했다”고 알렸고, 유 위원장은 “이렇게 왔다갔다 해도 되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오전 9시30분 통합민주당의 확대간부회의는 부글부글 끓었다. 절충안이 ‘원천무효’로 돌아갔는데 일부 언론에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보도된 것을 한나라당의 ‘언론플레이’로 받아들인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작심한듯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경악과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게 정치를 하자는 건지…”라며 “진지하게 야당을 정치파트너로 대하지않고 여론정치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인태 위원장은 협상과정을 보고하면서 “물건 값으로 200원 달라고 해서 불만이 있는 가운데서도 200원 꺼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300원 달라고 하니 어쩌겠느냐, 그 가게에서 나와야지”라고 비유했다고 한다. 이후 통합민주당은 여성부 해수부 농촌진흥청 모두 살려야 한다는 강경기류로 돌아섰다.
냉기류가 확산되면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방문, 이 당선인을 만나 물밑협상 경과를 보고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안 대표의 요청으로 오전 11시20분께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이 재개됐으나 소득 없이 끝났다. 안 대표는 “오후 3시 회동에 다시 나서겠다”고 했지만, 김 대표측이 거부했다.
양측은 이후부터 합의무산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일관했다. 안 대표는 오후3시10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늘 더 이상 협상은 없다. 냉각기가 필요하다”며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어제 밤 협상에서 여성가족부를 어느정도 되살리는 방향에서 협상안에 긍적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아는데 (손 대표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해양수산부를 양보할 수 없다고 들고 나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라며 “손 대표는 제발 이성을 찾아서 손을 떼라”고 주장했다.
격앙된 통합민주당측 최재성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로 넘어온 것을 당선자가 무슨 권리로 협상을 주도하나. 당선자도 손을 떼야 한다”고 맞섰다.
급기야 오후 늦게 이명박 당선인이 16일 국무위원 내정자, 청와대 수석 내정자 등과 새 정부의 과제 등을 주제로 워크숍을 갖기로 하자 통합민주당은 ‘전투모드’로 전환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정자들이 숨어서 의논하고 공부한다면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라며 “당선인이 정권출범 전에 법부터 어기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최후 통접으로 받아들인다. 국민과 야당의 저항을 피할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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