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단장들은 지난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프로야구 경영합리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이날 회의는 자유계약선수(FA) 제도의 폐지와 외국인 선수의 축소 및 폐지를 오는 1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FA와 외국인 선수 제도는 지난 10년간 각 구단들이 전력을 보강하는 데 가장 큰 근간을 이뤘던 핵심적인 내용이다.
전적으로 모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기형적인 구조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연간 평균 2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는 야구단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프로야구 전체판을 키워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허리띠를 졸라매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도 구단들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한 새로운 수입원 확보 보다는 손쉬운 경비 절감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선수 연봉 등 인건비는 야구단 운영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선수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FA 제도의 폐지는 절차상 여러모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FA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의 자유에 관한 권리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 당사자인 선수들과의 협의 과정은 완전히 무시됐다. FA 제도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선수들과의 극한 대립으로 ‘제2의 선수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9년 FA 제도가 시행된 이후 많은 폐해를 낳은 데는 구단들의 책임이 더 크다. 야구 규약 제165조는 ‘FA 선수와 계약한 구단은 해당 선수의 연봉을 직전 시즌 계약서에 명기된 연봉에서 50%를 인상한 금액을 초과하는 액수로 계약할 수 없으며, 계약금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각 구단들은 규약을 비웃기라도 하듯 FA 선수들에게 수십억원대의 ‘대박’을 선사했다. 자기 팀 소속 FA 선수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보상 규정을 지나치게 강화한 것도 구단들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 FA 제도는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후 FA를 선언한 6명의 선수는 모두 원소속 팀에 잔류했다. 대어급이 아닌 선수가 FA를 신청할 경우 구단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려 자칫하면 선수 생활이 끊길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극단적인 선택 보다는 FA 제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급선무다. FA 제도가 폐지된다면 가뜩이나 취약해진 야구 저변은 더욱 엷어질 수 밖에 없고, 젊은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도 다시 러시를 이룰 공산이 크다. 빈대 몇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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