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사상 최저인 70.2(2000년=100)까지 떨어졌다.
순상품 교역조건 지수는 한 단위의 상품을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수 하락은 수출품 가격 상승률이 수입품 가격 상승률에 크게 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그만큼 나빠졌고,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과 곡물 등의 국제가격 급등이 주요인이어서 더욱 애가 탄다. 그나마 수출총액으로 가능한 수입물량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 지수가 사상 최고인 160.5에 이르러, 낮은 채산성을 물량 확대로 이기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수출기업이 언제까지 견딜까. 더욱이 수출물량 확대에 의존하는 구조 자체가 원자재 대량 소비를 전제한 것이어서 '자원절약형 경제'라는 지향점과 동떨어진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마당이라면 당장의 생존 못지않게 장기적 대비책이 필요하다. 누누이 강조했듯, '2차 원자재'인 부품과 중간재 산업의 발달이 중요한 대안이며, 중소기업 육성이 불가결한 조건이다.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가 눈앞의 경기 확대와 성장목표보다 이런 과제에 치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날로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이다. 공공요금 인상 요구가 정부의 동결 방침에 가로막힌 결과 내년 이후의 '폭발력'을 더해가고 있고, 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의 국제가격 상승곡선이 가팔라서 관련 서민식품의 가격 상승 압력이 거세다. 당장 라면과 빵, 과자 등 밀가루 식품의 소비자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국제 밀 가격을 막무가내로 억누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3.9%나 오른 터에 중ㆍ저가 식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진다면 서민생활의 실질적 압박에 따른 시장의 악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물가 상승만은 막겠다는 다짐과 특단의 대책으로 정부 교체기의 틈새를 메워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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