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뒷얘기]
한류 스타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왜색 논란을 빚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비가 할리우드 두번째 작품으로 워너브러더스의 <닌자 암살자> 를 택했다는 사실이 13일 기자회견에서 공개되면서 한국 스타가 할리우드 진출작에서 맡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는 영화의 제목 때문에 “일본인 역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확실한 시나리오를 봐야 겠지만 서양인들은 닌자를 중국의 무예로 안다. 꼭 일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닌자>
한국 스타가 일본과 관련이 있는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비가 처음이 아니다. 장동건이 <런더리 워리어> 의 포스터에서 일본식 도를 든 모습으로 왜색 논란을 빚었고, 전지현은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가 일본 여자 사야 역을 맡았다. 이병헌이 현재 촬영 중인 에서 닌자 스톰 섀도우 역을 연기한다. 블러드> 런더리>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들이 일본 캐릭터를 맡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일본 문화가 주류로 편입된 지 오래 됐다. <매트릭스> 나 <킬빌> 은 일본 애니메이션풍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할리우드 영화다. <매트릭스> 의 워쇼스키 남매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공각기동대> 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다.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킬빌> 매트릭스>
19세기 중엽 유럽을 휩쓸었던 ‘자포니즘’(Japonism)이 할리우드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자포니즘은 당시 유럽에서 일본 문화에 심취했던 경향으로 화가 작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2000년대 미국에서는 영화계에서 자포니즘이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할리우드 작품 중 아시아인이 출연할 수 있는 것 대부분이 일본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사실 아시아에 대한 선망이라고 볼 수 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의 한 측근은 “우리가 서양을 바라볼 때 미국이냐 영국이냐 캐나다냐 엄격히 구분 짓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할리우드는 분명 일본과 중국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점점 한국에 대해 더 관심이 커져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배우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드래곤볼> 에는 그룹 god의 박준형과, 손오공의 연인 치치 역에 한국계 제이미 정이 출연하는 등 한국배우가 장악하고 있다. 박준형은 비와 함께 <스피드 레이서> 로 할리우드에 진출했고 두 사람 모두 <스피드 레이서> 개봉 전에 차기작을 결정했다. 비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국 WMA의 존 매스 총괄부사장은 “미국에서 아시아 배우들의 전망이 밝다. 시장이 바뀌는 것을 곧 볼 것”이라며 <로스트> 의 김윤진을 거론했다. 로스트> 스피드> 스피드> 드래곤볼>
한일 감정 이전에 거꾸로 되짚어 볼 일이 있다. 일본과 관련 작품의 주인공과 주요 배역으로 일본인 배우가 아닌 한국 배우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만약 할리우드에서 ‘황진이’나 ‘세종대왕’을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고 치자. 일본이나 중국 배우가 출연한다면 어떨까. 굉장히 큰 위기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일본이 느낄 감정이 아닐까. 한국 스타가 일본인 역으로 출연한다는 사실만 비난하기 이전에 할리우드의 주류에 편입한 일본 영화에 일본인을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비는 기자회견에서 “성공은 중요하지 않다. 저와 같은 사람들이 (할리우드의) 문을 자꾸 부숴야 다음에 누가 나가서 홈런을 치지 않겠느냐. 한국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고 밝혔다. 이렇듯 비 장동건 전지현 이병헌 박준형처럼 밤새 영어를 공부하고 몸을 아끼지 않고 액션을 촬영하며 할리우드에 진입하는 이들이 땀이 있어야 할리우드에 한국영화도 선보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야 한다는 말이다.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