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인가, 신성 모독인가.’
덴마크의 일간지들이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풍자하는 만평(사진)을 또 다시 게재하자, 이란 정부가 덴마크 대사를 소환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2005년 유럽과 아랍권 사이에 벌어졌던 만평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AFP 통신이 이란 관영 IRNA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율란츠 포스텐 등 17개 덴마크 일간지가 마호메트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자국 주재 덴마크 대사를 소환했다.
문제의 만평은 마호메트가 불이 붙은 선이 연결된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율란츠 포스텐 등 덴마크 일간지 17곳에 13일 일제히 게재됐다. 이 만평은 2005년 9월 덴마크 일간지에 게재됐던 것과 똑 같은 것이다. 덴마크 일간지들이 만평을 게재한 이유는 최근 이 만평을 그린 작가 쿠르트 베스터가르트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모로코계 덴마크인 등 3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율란츠 포스텐은 이날 만평 게재와 함께 사설을 통해 “표현의 자유란 테러리스트의 위협에 구애 받지 않고 생각하고, 말하고, 그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한다”고 밝혔다.
모두 12개로 구성된 시리즈의 하나인 이 만평은 2005년 9월 덴마크 일간지에 게재됐다가 분노한 이란 국민이 테헤란의 덴마크 대사관을 공격하는 등 아랍권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베스터가르트는 이후 암살 위협을 받고 도피 생활에 들어갔다. 스웨덴 등 유럽의 다른 국가 언론들이 만평을 지지하는 보도를 내면서 갈등이 유럽 대 아랍권으로 확산됐다.
덴마크 언론은 표현의 자유 옹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데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도 “만화 논란은 유감이지만 독립성이 보장된 언론의 표현을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고 밝혀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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