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인들이 모여 미국의 다국적 기업 GE를 배우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경총이 1월 신년포럼에서 GE의 핵심인재 전략을 논의한데 이어, 전경련은 12일 신성장동력 포럼에서 GE의 지속성장 비결을 소개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과정에서 GE의 글로벌 인재개발을 다뤘다. 이런 GE의 열풍 뒤에 황수(48) GE코리아 사장이 있다.
올해로 GE와 인연을 맺은 지 11년째인 황 사장은 학계, 재계에서 단골 강사로 활약중이다. 물론 인재개발 인수합병(M&A) 등 최근 경영화두가 GE의 성장 전략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인데 황 사장은 이런 재계에 GE경영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황 사장은 160개국에 31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GE가 1896년 시작된 다우존스공업지수에 포함돼 있던 12개 기업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이유를 3박자로 설명한다. 훌륭한 인재양성과, 성과지향의 기업문화, 그리고 이에 기반한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GE는 1980년 매출 270억달러, 순이익 15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매출 1,500억달러, 순익 18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이 기간에 GE의 포트폴리오 구성은 산업재(36%), 소비재(25%), 전력(22%), 항공(11%) 중심에서 환경ㆍ에너지(29%), 금융(28%), 산업재(23%), 미디어ㆍ의료(20%)로 전면 재편됐다.
황 사장은 2001년부터 4년간은 거의 매주 M&A를 통해 수익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GE의 과감한 부실계열사 매각과 핵심사업 집중, 실적에 따른 평가시스템 등 구조조정과 성과위주의 경영은 미국식 경영기업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독일 클라우스 클라인펠트 전 지멘스 CEO는 ‘GE 따라하기’를 통해 3년간 브랜드 가치를 75%나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황 사장은 신성장 전략으로 부상한 M&A에 대해 몸집 불리기보다는 사업구조와 핵심역량을 우선 파악해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크라이슬러 인수가 10년만에 ‘파혼’으로 끝났듯이 시너지 효과 없는 인수합병은 재앙이라는 것이다.
1983년 건국대를 나와 미국 미시시피대에서 농경제학 석사학위를 마친 황 사장은 97년 GE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당시 석영사업부에서 일하다 2001년 적자에 허덕이던 GE삼성조명의 경영을 맡아 1년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이어 그는 GE의 소비ㆍ산업부문 북아시아 사장을 거쳐 지난해 4월 GE코리아 사장에 선임됐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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