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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이명박 당선인과 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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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이명박 당선인과 숭례문

입력
2008.02.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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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화재로 무너진 지 1주일이 가까워 온다. TV로 생중계되던 그 참혹한 광경이 악몽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이 고통스럽다.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솟고, 눈물없이 그 근처를 지날 수 없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남대문 이야기를 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기사를 만난 적도 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늘 그곳에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곳에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남대문, 그 든든한 600년 친구를 우리는 지키지 못했다. 부끄럽고 참담하고 미안하다.

한 어린이가 꽃과 함께 화재 현장에 놓고 간 편지에는 "남대문아 불타면서 얼마나 뜨거웠니. 미안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정말 너무나 미안해서 남대문의 불탄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 이명박 당선인도 책임있다

문화재청, 소방방재청, 서울시와 중구청 등 보호관리와 소방의 책임이 있는 기관 중에서 누가 더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행정과 책임 미루기에 국민은 계속 충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책임 추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장 재임시절 숭례문을 개방하면서 철저한 보호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역사의 죄인"이라는 야권의 비난은 정치공세적인 표현이 강하다. 그러나 그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는 곧 대통령이 될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며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11일 아침 남대문 화재 현장을 돌아보면서 "국민들의 가슴이 아플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도 사적인 유감 표시가 없는 그의 태도는 매우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서울시장이던 2006년 3월 "이제 남대문을 시민들에게 돌려 드리게 되어 기쁘다"고 개방을 자랑스러워하던 그가 불과 2년 후 잿더미로 변한 남대문 앞에서 그렇게 사무적일 수 있다니 놀라웠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당선인은 마치 딴사람인 것같은 태도였다.

그는 하루 뒤인 12일 "숭례문 복원은 정부 예산보다 국민 성금으로 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하면 상처 받은 국민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2년 전 숭례문 개방을 추진했던 시장으로서 안전대책을 좀더 철저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머리를 숙여야 할 사람이다. 그는 공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건설업자가 아니라 시장이었기 때문에 마땅히 목조건물 개방 이후의 안전에 신경을 썼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모금이 더 의미가 있다니 너무 안이한 생각이었다.

이명박 당선인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는 이미 BBK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동업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문제가 있었고, 언행에도 경솔함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과거는 덮기로 하고" 그에게 투표했다. 과거는 덮기로 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도 너그럽게 그를 봐 줄 국민은 없다. 어떤 대통령도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 국민 수준 못 따라간 당선인

숭례문 사건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인식은 국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국민들은 화재 현장에서 아픈 교훈을 얻기 위해 가림막을 치우라고 요구하고, 성급한 복원공사에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잘못해서 잃은 숭례문 복원을 왜 국민성금으로 하느냐고 화를 낸 것도 국민이다.

이제 열흘 후인 25일,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의 일거일동은 언론에 노출되고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지지율이 올라가기보다 떨어질 일이 많을 것이다.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대응에 이번과 같은 한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대통령과 참모들이 함께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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