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바람과 함께 미 월가의 고연봉 직장도 속절없이 날아가고 있다.
지난 해 3분기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월가를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세계적인 금융회사 중 감원 발표를 하지 않은 업체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감원 발표는 서브프라임 업무를 담당하는 부문에 국한됐다가, 최악의 실적이 현실화된 회사들을 중심으로 애널리스트 등 전 부문으로 확산됐다.
리먼 브러더스는 지난해 8월 월가 대형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회사인'BNC 모기지'의 문을 닫고 1,200명을 감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주 후에는 미국, 영국, 한국 등의 모기지 사업부문을 축소해 850명을 추가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미 최대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직원 5만6,000명 가운데 1만2,000명을 내보냈다. 10월 달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3,000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196년 역사상 최악인 98억3,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씨티그룹은 4,200명 감원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모건스탠리는 모기지 업무 인력 1,000명을 줄이기로 했고, 골드만삭스는 실적이 부진한 하위 5%(약 1,000명 안팎)를 2월 중 감원할 계획이다.
월가가 본 터전이 아닌 영국계 은행 HSBC, 스위스의 UBS 등도 감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월가 감원예고 규모가 13만 명을 기록해, 기록적인 감원을 기록했던 2001년(11만6,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10월 이후에도 감원 계획이 줄을 잇고 있으며, 별다른 발표 없이 감원을 하는 금융회사까지 모두 합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내쫓기는 사람들만 서러운 건가. 감원 바람 속에서도 월가는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 지난해 말에도 여느 해처럼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특히 비교적 양호한 실적은 내놓은 골드만삭스는 보너스를 전년보다 23% 올려, 지난해 직원 1명이 챙긴 총 급여 평균이 6억2,000만원이나 됐다. 리먼브러더스도 직원보수를 10% 올렸다.
반면 최악의 실적을 보인 씨티그룹은 임원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았고, 베이스턴스는 보너스를 줄였다. BBC와 포브스 등은 연말 월가 보너스 총액에 대해 "기록적 보너스 액수를 기록했던 2006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어떨까. 서브 프라임은 주요 CEO들을 한 순간에 날리기도 했지만, 이들은 다른 금융회사의 고위직을 제의 받는 등 속절없이 해고된 하위직과는 달리 제 몫을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부실책임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CEO는 찰스 프린스 전 씨티그룹 회장, 토마스 마헤라스 전 씨티그룹 사장,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 재미교포인 김도우 전 메릴린치 사장, 조 크루즈 전 모건스탠리 사장, 제임스 케인 베어스턴스 회장 등이다.
뉴욕타임스는 낙마한 CEO 중 상당수가 얼마 안가 다른 은행이나 펀드 등에서 고위직 제의를 받거나 창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사례들을 나열하며 '월가 CEO들의 불사조 행각'을 비꼬았다.
뉴욕타임스는 채권부정 거래 이후에도 재기에 성공했던 과거 1980,90년대 사례 등도 소개하며 "월가에서 경영자는 실패해도 개인적 잘못으로 치부되지 않고 인맥 등을 통해 재기한다"며 "해고통지를 받는 하위직과의 계급차이"라고 비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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