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 창비1894년에서 1960년으로… 저항적 참여시의 절정
1894년 2월 15일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 1,000여명이 고부 관아를 습격, 창고를 열어 쌀을 빈민들에게 나눠주고 고부군수 조병갑이 수세를 거둬 착취하던 만석보를 무너뜨렸다. 동학혁명의 시작이었다. 시인 신동엽(1930~1969)은 그때 그들은 “하늘을 봤다”고 했다. ‘1894년쯤엔,/ 돌에도 나무등걸에도/ 당신의 얼굴은 전체가 하늘이었다/…/ 영원의 하늘,/ 끝나지 않는/ 우리들의 깊은/ 가슴이었다’(‘금강’ 서장 제2절)
신동엽이 장편서사시 ‘금강’을 발표한 것은 1967년. 전봉준과 가상의 동학군 하늬, 하늬가 사랑하는 여인 진아를 등장시켜 동학혁명의 전 과정을 그린 이 시에서 신동엽은 1894년의 하늘과, 3ㆍ1운동의 하늘(‘하늘 물 한 아름 떠다/ 1919년, 우리는/ 우리 얼굴 닦아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시대 실패한 혁명으로 끝난 4ㆍ19의 하늘(‘우리들은 하늘을 봤다/ 1960년 4월/ 역사를 짓눌던, 검은 구름장을 찢고’)을 이어놓는다. 신동엽의 시 세계를 일관한 이 저항적 민족ㆍ민중의식은 그의 대표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는 평화의 갈구로 절정을 이뤘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금강’ 제9장에 포함된 시다.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1979)는 그렇게 치열하면서도 더없이 서정적인 신동엽 시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선집이다. 신동엽의 생애는 39년으로 짧았지만, 그를 기려 제정된 신동엽창작상은 올해로 벌써 26년째 후배 문인들을 채찍질하고 있다. 누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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