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등 수도권 경선 전승을 포함, ‘슈퍼 화요일’이후 8연승으로 대세론에 불을 붙인 미 민주당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발걸음에 한층 탄력이 붙고 있다.
오바마 의원의 기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 동안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 몰려있던 ‘슈퍼 대의원’들이 속속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한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의원은 경선이 거듭되면서 저소득 근로계층, 저학력층, 농촌지역 유권자,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도 대등하거나 오히려 우세한 선거전을 펼치는 등 힐러리 의원의 지지기반을 급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후보를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슈퍼 대의원’확보 경쟁에서 아직은 힐러리 의원이 234명 대 157명 정도로 오바마 의원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796명에 달하는 전체 슈퍼 대의원의 반도 되지 않아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힐러리 의원 지지의사를 밝힌 슈퍼 대의원들도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슈퍼 대의원으로, 힐러리 의원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선거운동 총책임자이기도 했던 데이비드 윌헬름은 13일 오바마 의원 지지를 선언하면서 “나는 다른 슈퍼 대의원들도 선거유세, 조직, 정치자금 모금 등 모든 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오바마 의원을 지지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들에 따르면 힐러리 의원을 지지했던 슈퍼 대의원 중 상당수가 “향후 대세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 전문가들은 “민주당 슈퍼 대의원들이 경선 결과에 반하는 선택을 하면 민심을 뒤집으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대세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이 보여주고 있는 대세론의 가능성은 대선 본선에서 맞붙게 될 공화당쪽에서도 확인된다.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3일 “이제 오바마 의원과 맞설 때가 왔다”며 오바마 의원을 주 공격목표로 삼을 것임을 밝힌 뒤 “(변화 등) 오바마 의원의 주장에는 전혀 구체성이 없다”고 공세를 시작했다.
매케인 의원의 핵심 선거 참모인 마크 매키넌은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되면 그를 공격하지 않기 위해 선거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해 공화당원 중에도 오바마 의원에 대한 ‘숨은 지지자’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공화당원 중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데 이들은 오바마칸(ObamacanㆍObama+Republican)이라고 불린다”며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오바마 의원 진영은 최근 하루에 100만 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모으는 등 힐러리 의원측 보다 2배 가까운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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