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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안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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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안경쟁이

입력
2008.02.1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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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은 안 쓰면 좋은 것이고, 쓸 수밖에 없다면 가능한 늦게 써야 할 텐데, 일곱 살짜리 아들 녀석이 안경을 쓴지 한 달째다. 일찌감치 뭘 제대로 못 본다 싶더니만 마이너스 시력에 심각한 난시였다.

어른들은 대개 안경을 쓰고 있으니 크게 되면 안경을 쓰는 건가보다 했을 테다. 그런데 벌써부터 쓰라니, 유치원 또래 중에서는 딱 한 명이 썼다니, 놀림 받을까봐 겁이 났던 모양이다. 안 쓰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다.

간신히 달래서 맞춰 씌어주고는 '멋있다'는 말을 틈만 나면 해주었다. …나와 아내는 중학생 때부터 안경을 썼고, 시작부터 마이너스 시력에 심각한 난시였다.

돌연변이라고 우길 수도 없게, 아들의 나쁜 눈은 딱 나와 아내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랴, 적응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여러분이 고맙다. 녀석은 어딜 가나 안경 써서 멋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유치원의 선생님들과 동무들에게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얻어들었고, 슈퍼에서도, 병원에서도, 놀이터에서도 칭찬을 받았다. 덕분에 금방 안경에 적응이 돼서, 원래 있었던 눈처럼 잘 쓰고 다닌다. 너무 빠른, 불편한 안경쟁이 생활의 시작이었지만, 여러분의 배려 덕에 아프지 않은 천진난만한 출발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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