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데드라인에 근접한 14일 통합민주당(가칭)과 한나라당 사이의 협상도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여갔지만, 공식ㆍ비공식 라인을 모두 가동해 막바지 극적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양측은 이날 공식 협상창구인 6인회담 외에 비공식 중진의원 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통합민주당에선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이, 한나라당에서는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각각 손학규 대표와 이명박 당선인으로부터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손 대표와 이 당선인간 전화통화에서 "실무라인을 통해 협의를 진행하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6인회담 멤버여서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의 맥락을 꿰고 있는 유인태ㆍ김형오 라인은 전날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날도 온종일 자당의 모든 협상라인을 총지휘했다. 전날 회동에서 기존의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던 두 사람은 이날도 개별 협상라인과는 별도로 수차례 전화 접촉을 갖고 이견을 조율하기도 했다.
통합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오늘은 두 사람이 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모든 협상라인의 정점에서 상황을 총괄했다"면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곧바로 양당 내부의 의결 절차를 거치는 한편 필요하다면 이 당선인과 손 대표의 회동을 추진한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당간 원내 창구도 풀가동됐다. 통합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접촉을 갖고 타협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15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양당 정책위의장도 오전부터 수시로 전화통화를 가졌고, 서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상대 당 의원들에게 전화공세를 펴거나 대면접촉에 나서는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전면적인 접촉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양보안을 쉽게 내놓지는 않았다.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ㆍ여성가족부ㆍ농촌진흥청은 백번 생각해도 양보할 수 없는 부처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이 세 곳을 사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인수위에서도 "정 안되면 통일부 폐지와 국가인권위의 대통령직속기구화를 포함해 당초 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등의 강경론이 이어졌다.
양측간 설전(舌戰)도 여전했다. 통합민주당은 새 정부 각료 명단이 공식화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법적 근거도 없는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등의 장관 내정자를 언론에 흘리는 건 초법적ㆍ불법적 처사"라며 "이명박 당선인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의 기본적 도의를 망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법이 바뀌기도 전에 집행부터 한다면 입법부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초법적 통치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도 "정부조직법 협상은 오늘이 마지막 날"(강재섭 대표)이라며 "통합민주당이 발목잡기로 일관하면 15일엔 국무위원 인사청문 요청안을 제출하겠다"(안상수 원내대표)고 압박했다.
물론 양측이 '치킨 게임'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인수위측은 여성부를 폐지하되 복지부 산하에 설치될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직속의 장관급기구로 격상시킬 수 있음을 내비쳤고, 농진청이 정부출연기관으로 전환되더라도 대폭적인 재정 지원을 유지키로 했다. 통합민주당에서도 "해수부와 여성부 중 한 곳을 양보하면서 농진청은 살리는 쪽으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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