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벼랑끝에 내몰렸다. 힐러리 의원은 12일 치러진 워싱턴 DC및 버지니아ㆍ메릴랜드주 등 수도권 3개 지역 경선에서의 전패를 포함, ‘슈퍼 화요일’이후 8연속 패배를 기록함으로써 향후 경선에서 기사회생을 노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힐러리 의원 진영은 ‘슈퍼 화요일’이후의 부진을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버지니아, 메인주 등 선전을 예상했던 지역에서도 대패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힐러리 의원은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역 대세론’을 다음달 4일 텍사스, 오하이오 등 4개주 경선에서 저지할 수 있느냐에 경선 전체의 운명을 걸고 있다.
440여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어 ‘미니 슈퍼 화요일’이라고 불리는 이날 경선이 힐러리 의원에게는 경선 계속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승부수에 따라 힐러리 의원은 19일 치러지는 위스콘신, 하와이주 경선은 거의 포기하고 12일 수도권 경선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텍사스주로 날아가 저인망식 선거 유세에 들어갔다.
힐러리 의원은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텍사스주 경선 등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으나 내부에서는 그마저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수도권 경선 결과에서 확인됐듯 오바마 의원에 대한 흑인들의 몰표 현상은 차치하더라도 백인 남성들의 오바마 의원 지지는 힐러리 의원에게 한층 위협적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경선에서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전통적 표밭인 히스패닉 지지에서도 오바마 의원에게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힐러리 의원이 ‘슈퍼 화요일’이후의 전패를 만회하기 위해선 텍사스주에서 대승을 거둬야 하는데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힐러리 의원이 최근 선거 총책임자를 히스패닉인 패티 솔리스 도일에서 흑인인 매기 윌리엄스로 교체한 것이 히스패닉 지도자들의 불만을 사는 등 역풍 조짐도 나타난다. 일부 히스패닉 출신 하원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힐러리 의원에게 항의서한을 보내는 한편 ‘슈퍼 대의원’으로서의 지지 철회를 경고하고 있다.
선거 부책임자인 마이크 헨리도 12일 매기 윌리엄스의 임명과 관련해 사의를 밝히는 등 선거조직 내부가 눈에 띄게 동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오하이오 경선의 경우, 힐러리 의원은 노장년층과 근로계층, 저소득층의 지지에 호소하고 있으나 10일의 메인주 경선에서는 이들의 지지도 확고하지 못하다는 점이 현실로 드러났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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