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안면도를 찾았다. 연륙교를 건너 포구에 이르자 각종 수산물로 성시를 이루던 어물전에는 사람 구경조차 어려울 만큼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마을 주민들은 당장의 현실보다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라며 땅이 꺼져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가족들과 함께 바닷가로 나가 서해안의 별미를 잡는 체험을 했다. 대나무처럼 긴 ‘맛조개’와 막대풍선처럼 길쭉하면서도 수축과 이완 능력이 뛰어난 ‘게불’을 잡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기름 유출의 여파 때문에 맛조개와 게불이 사라졌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변으로 내려서자 특유의 바다냄새가 온몸으로 밀려들었다. 해변 어느 곳에서도 기름 유출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삽을 들고 개펄에 난 구멍을 찾아 파내려 갈 때마다 선홍빛 게불이 줄줄이 끌려 나왔다. 불과 1시간 남짓 작업했을 뿐인데, 게불 50여 마리와 맛조개 10여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안면도의 바다는 살아있었다. 기름 유출로 인하여 안면도 일대에도 타르 덩어리가 밀려들어오기는 했지만 마을 사람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신속하게 제거하여 기름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다는 주민들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다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정작 이를 믿어줄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무래도 태안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검은 재앙의 흔적부터 지우는 것이 급선무일 듯 싶었다. 이번 주말, 자동차에 삽과 호미를 싣고 가족들과 함께 태안 해변으로 달려가 보라. 인간의 편견을 뛰어넘는 바다의 놀라운 생명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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