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가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역풍이 일자 수습에 나섰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13일 “이 당선인의 본의가 제대로 전달이 안돼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이 분노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 보면서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다. 물론 이것(숭례문 복원)은 정부 예산으로 감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모금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스스로 상처를 치유 받는 과정에 동참하자는 뜻으로 말씀하셨는데 오해가 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측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낸다면 당연히 이를 복원 비용에 써야 할 것”이라며 “정부 예산으로 복원하는 게 훨씬 손쉬운 방법이지만, 국민이 낸 성금으로 한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생각보다 거센 반대 여론에 반색하며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강금실 최고위원은 이날 “숭례문을 개방해 화재 원인을 제공한 이 당선인은 국민모금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먼저 모금을 제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나서서 모금을 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12일 “숭례문 복원과 관련해 인수위는 국민성금으로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 당선인의 뜻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국민 모금 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모금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5조)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기관 공무원은 기부금품의 모집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13일 “기본적으로 정부 예산으로 복원하되, 국민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낸다면 당연히 이를 복원 비용으로 쓸 수 있다는 취지”라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모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한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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