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36)씨는 아들(7)의 시력을 알기 위해 가까운 안과를 찾았다. 아들이 먼 곳을 볼 때 자주 눈을 찡그리기 때문이었다.
시력검사 결과, 두 눈의 시력이 각각 0.63이며 약한 근시(-0.75 디옵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0.63이란 시력도 있나?” 시력이 0.5, 0.6, 0.7 등으로 측정되는 줄 알았던 이씨는 시력표를 살펴보니 과연 0.63으로 나타나 있었다.
이처럼 새로운 시력표(진용한 시력표)는 시력 단계가 기존 시력표(한천석 시력표)와는 많이 달라졌다. 새 시력표는 기존 시력표처럼 0.1에서 2.0까지 14단계로 구성돼 있지만 구분 단계가 달라졌다.
기존 시력표에서 0.9, 0.7, 0.6이 없어지고 0.63이 만들어졌다. 또한 1.5, 1.2가 없어지고 1.6, 1.25가 새로 생겼다. 기존 시력표에서는 0.1과 0.2 사이에 0.15밖에 없었지만, 새 시력표에서는 0.15가 없어지는 대신 0.125, 0.16이 들어갔고, 0.3이 없어지고 0.32, 0.25가 신설됐다.
이처럼 새 시력표가 만들어진 것은 사람의 인식에 맞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인식은 로그 스케일(log scale)에 따른다. 즉 소리가 두 배 크기로 들리려면 실제 음은 10배 커야 하는 것처럼, 시력도 마찬가지 원리에 따른다. 그래서 국제표준화기구(ISO)는 1994년 로그 스케일에 맞춰 새로운 시력표를 표준 시력표로 채택했다.
이후 미국(1998년), 일본(2002년) 등 대부분의 나라와 한국에서도 2006년 12월부터 새 시력표를 표준 시력표로 채택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는 지난해 11월 ‘영ㆍ유아 신체발달 집단 검진’에서 새로운 시력표를 표준 시력표로 정했다.
1997년 새 시력표를 만든 진용한 진안과 원장(전 서울아산병원 안과 과장)은 “새 시력표는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해 해외여행시 시력검사를 하거나 외국에서 처방전을 받아도 국내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시력표는 시력표의 글자 크기가 항상 일정하게 변화해 3줄이 바뀌면 글자 크기는 2배가 커지거나 반으로 줄어 시력 변화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태원 이태원안과 원장은 1998년 한국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이긍해 교수와 공동으로 시력을 고의로 조작할 수 없도록 한 시력측정 프로그램(컴퓨터 시력표ㆍ이태원 시력표)을 개발했다. 이태원 시력표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무작위로 등장하는 숫자나 글씨 모양을 보면서 시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검사를 받는 사람은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크기나 모양의 변화를 통해 논리 일관성을 점검받는다. 거짓으로 답하면 논리 일관성이 깨지면서 탄로가 난다. 이 원장은 “어느 시력 측정법이 정답일 수는 없다”며 “어떤 시력표를 사용하다라도 조명과 조도를 제대로 준수해 시력을 측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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