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숭례문의 복원이 국민적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실제 복원 작업에는 다양한 쟁점과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3년에 걸쳐 원형으로 복원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복원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년으로 충분한가
3년이란 기간은 숭례문을 화재 이전의 상태로 복원할 때의 기간이라는 게 전문가들은 시각이다. 문화재청은 불타버린 누각 외에 성벽 등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이전의 원래 모습으로 복구할 방침이고, 목재 확보 등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복원 기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박언곤 문화재위원회 건조물분과위원장은 "화재 뒷정리도 안 됐는데 분위기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한은 미리 결정짓지 말자는 게 문화재 위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화재 위원들 사이에서는 좀더 길게 잡아 5년, 최장 10년 정도는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재 확보 가능한가
누각 복원에는 기존 부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부분을 진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까지는 30% 정도는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밀진단결과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현재 광화문처럼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밖에도 과거 단청과 목재의 변질 우려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 건물에 맞는 소방설비를 전통 한옥에 맞게 개발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잠복해있다.
지반 낮춰야 하나
숭례문 복구 기본방침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숭례문 주변의 지반을 1.6m 가량 걷어내는 것이 원형 복원의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2005년 11월 숭례문 석축 하부 시굴 조사에서 현재의 지반보다 약 1.6m 아래에서 석축의 지대석, 성문의 지도리석, 박석 등이 발견됐다. 19세기말 전차가 숭례문의 홍예를 통과하게 되면서 성문 구조에 대한 손상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박석 위에 진흙다짐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사진으로는 전차 부설을 전후해 지표면의 변화가 없어 바닥을 높인 것은 전차 부설 이전에 다른 이유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 또 바닥을 낮출 경우 비가 오면 빗물이 몰리고, 주변 도로의 차량 진동에서 전해지는 압력이 변화하는 등 기술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성벽 복원
숭례문 복원 시 일제 때 변형된 좌우측 성벽도 원형대로 복원한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기본 방침이다. 한양을 둘러싼 성벽은 총 18.2km이고 일제 때 헐린 부분을 제외하고 현재 남아 있는 성벽은 12km정도이다. 기존 성벽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성벽 복원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
숭례문에서 남산 쪽으로는 수십m 길이로 복원할 수 있지만 반대쪽으로는 도로가 나 있어 길게 복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도로 위에 성벽의 폭 만큼 화강암을 깔아 성벽 자리를 표시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경복궁의 전각 등을 복원했을 때 원래 모습이 아니라는 논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해 볼 때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미국이 9ㆍ11 현장을 7년이 지나도록 그냥 보존하는 것은 기술이나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응급조치를 취하고 난 후 화재 현장을 정밀하게 연구하고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복원해야 숭례문 화재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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