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13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내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를 반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고려대(정원 120명)가 이 방안을 확정할 경우 배정 정원 규모에 반발해온 한양대(100명) 중앙대(50명) 등 다른 대학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어 자칫 로스쿨 개원 일정에 차질도 우려된다.
고려대 법대는 이날 오후 이기수 총장을 포함한 법대 교수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2시간 넘게 로스쿨 반납 여부를 논의했다.
하경효 법대 학장은 회의 후 "학교 본부, 학생 등 학내 구성원과 동문들의 의견을 좀 더 들은 후 반납 등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대외에 '판단 유보'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회의 분위기는 '반납'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표결은 없었지만 전체 참석자 중 반납에 반대 의견을 낸 교수는 단 3명 뿐이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고려대에 배당된 로스쿨 정원 120명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기본 취지를 살리기에는 너무 적어 차라리 현행 법대 체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이 총장의 의견에 대부분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장은 "총 정원 2,000명을 전국 대학이 나눠 가지는 구조가 과연 로스쿨 도입 취지에 부합되는 지 의문"이라며 "예비인가 반납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대는 14일께 이날 교수회의의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현행 법대와 법무대학원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2년 후 로스쿨 재인가 시점에 다시 인가 신청을 내는 방안을 내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의 로스쿨 신청 철회 추진에 대해 다른 대학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고려대의 결정이 미칠 파장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편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14일 모임을 갖고 로스쿨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박원기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