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함에 따라 ‘관광도시 서울’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해외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내놓고 필사적으로 뛰고 있다. 도시경쟁력을 세계 27위에서 10위로 끌어 올리기 위해 문화관광도시를 브랜드로 내세워 관광ㆍ숙박업계를 지원하고 남산과 한강, 각종 축제를 이용한 관광상품도 잇달아 개발했다. 8월에 열리는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시장에서 서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367억원의 해외 홍보예산까지 책정했다.
그러나 숭례문 소실로 도시 자체의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시는 홍보전략 수정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숭례문은 해외 관광ㆍ안내책자를 비롯해 각종 홍보물에 대표적인 명소로 소개돼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문화상품이 사라져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서울의 이미지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동남아시아에는 한류로 대표되는 현대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미국과 유럽에는 숭례문을 제외한 다른 문화재를 소개하는 식으로 홍보 전략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객들이 즐기던 숭례문 관련 문화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2005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숭례문 앞에서 열리던 숭례문 파수의식이 11일부터 전면 취소됐다. 이 행사는 숭례문 광장에서 매일 오전10시∼오후4시 3명의 파수꾼을 교대 배치하는 조선시대 도성문 파수의식을 재현한 군례의식으로, 지난해 12월에만 1만1,25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이를 지켜봤다. 시는 ‘숭례문이 소실돼 복원 중에 있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한 후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숭례문 주변 도로에서 펼쳐지던 왕궁수문장행렬도 볼 수 없게 됐다. 매일 3차례 덕수궁 대한문 앞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린 후 오후3시 교대식을 마친 기수단이 숭례문 앞까지 펼치던 행진이 중단된 것이다.
특히 교대의식은 1996년부터 선보인 이래 서울관광의 이미지를 키우는 문화행사로 자리잡은 아이콘이다. 지난해 12월 한달 에만 2만8,400여명이나 찾았다. 시는 교대의식이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프로그램인 만큼 보신각으로 코스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광화문에서 시작해 숭례문을 경유해 운행하는 시티투어 관광버스의 노선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미지 손상을 만회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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