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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꽃 속에 피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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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꽃 속에 피가 흐른다

입력
2008.02.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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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 창비세상은 변해도 노래는 남는다

1994년 2월 13일 시인 김남주가 사망했다. 48세였다. 길지 않았던 생의 10년여를 그는 감옥에서 보냈다. 1972년 최초의 반 유신 지하신문인 ‘함성’을 만들었다가 반공법으로 투옥됐고, 남민전 사건으로 1979년부터 9년 3개월을 복역했다. 그의 시 470여 편 중 300여편이 옥중에서 씌어진 것이다.

펜도 종이도 없던 감옥에서 그가 우유곽에 못으로 긁어서 쓴 시는 한 편 두 편 밖으로 흘러나왔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자유’ 등 그 시들은 그대로 투쟁의 노래가 됐다. 시가 시대정신의 총화라면, 김남주가 등단한 1974년부터 20년간 쓴 강렬한 시편이야말로 한국 현대사의 그 20년을 응축한 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시인으로보다는 혁명가로 불리기를 원했던 김남주는 ‘전사 시인’이었다. ‘당신은 묻습니다/ 웬놈의 시가 당신의 시는/ 땔나무꾼 장작 패듯 그렇게 우악스럽고 그렇게 사납냐고/ 나는 이렇게 반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어디 얌전한 싸움만 있기냐고/ 제기랄 시란 게 무슨 타고난 특권의 양반들 소일거리더냐고//…/ 피흘리며 싸우다보니/ 노래라는 것도 나오더라고 저절로 나오더라고’(‘시의 요람 시의 무덤’ 부분). 하지만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옛 마을을 지나며’ 전문) 같은 서정을 보면 그는 ‘타고난’ 시인이었다.

<꽃 속에 피가 흐른다> 는 평론가 염무웅이 김남주의 10주기에 그의 시집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등에서 120여편의 대표작을 골라 엮은 책이다. 김남주의 시가 ‘21세기의 타락을 뒤엎는 예술적 항체’가 되기를 기원한 염무웅의 말대로 “물론 역사는 자신의 길을 간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김남주가 자신의 몫의 희생을 자기 시대의 역사에 아낌없이 헌납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억압과 불평등에 반대하고 해방을 갈망하는 민중 속에서 영원하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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