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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풍남문 40년 지킴이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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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풍남문 40년 지킴이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08.02.1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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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정종실씨 숭례문 불타던 날 숨진채 발견

“평생 풍남문만 지키며 사셨던 분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풍남문 주변을 깨끗이 치웠고, 혹시라도 해코지라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노심초사했습니다.”

40여년 동안 전주 풍남문(보물 308호)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쳐 ‘풍남문 지킴이’로 불리던 정종실(74)씨의 빈소가 차려진 12일 전북 전주 한 장례식장에는 함께 자원봉사를 했던 동료들이 찾아와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정씨의 시신이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H음식점 지하입구에서 발견된 것은 숭례문이 불타던 날인 10일 오후. 실종된 지 20일만이었다. 정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이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사라져 가족들이 전단 4,000여장을 만들어 시내 주요도로 등에 배포하며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으나 그의 행적을 찾지는 못했었다. 경찰은 부검 결과 정씨가 실수로 지하에 내려간 뒤 갇혀있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씨가 풍남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 당시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정씨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도 매일 아침 풍남문으로 출근해 쓰레기를 주웠다. 전주시도 이러한 활동을 알고 1984년부터 92년까지 일용직으로 고용해 ‘풍남문 감시원’이라는 직책까지 주었다. 93년 이후에는 예산이 없어진 후에도 그는 무보수로 활동했다.

전주시 한 직원은 “할아버지가 풍남문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용변을 보려는 사람들을 막아준 덕분에 풍남문 주변이 깨끗하게 유지됐다”고 말했다.

그의 선행은 문화재 보호에 그치지 않았다. 2004년 폐품을 수집해 모은 돈(10만원)을 전북대 발전기금으로 기탁했고 장애인학교에도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또 어려운 형편임에도 연말이면 어김없이 몇 만원의 불우이웃성금을 빠지지 않고 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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