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같은 큰 나라건,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이건 앞으로는 물리적인 힘인 하드파워와 문화의 힘인 소프트파워 두 가지를 접목한 스마트파워를 키워야 합니다.”
조지프 나이(71) 하버드대 케네대 스쿨 교수가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마트 파워와 테러와의 전쟁’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나이 교수는 클린턴 정부시절 국제안보담당 국방차관보로 활동하며 탈냉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틀을 짜는데 깊이 관여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실추된 미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초당적으로 만든 프로젝트 팀인 스마트파워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이 교수가 고안한 개념인 소프트파워는 군사력과 같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문화적 역량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대외원조, 다자주의 외교 등의 대외정책으로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9ㆍ11 이후 부시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내걸고 군사력에 의지한 강경외교를 펼쳤지만 이는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의 숫자를 증가시키는 등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프트 파워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규모의 나라에서도 스마트 파워는 필요한가? 그는 무엇보다 북한을 상대할 때 스마트 파워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김정일이라는 정치가가 헐리우드 영화를 즐긴다고 그가 핵 정책을 바꿀 것 같으냐. 그를 상대할 때는 강한 군사력이 필수”라며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이나 민주주의적 가치를 전파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는 고정불변의 개념은 아니다. 받아들이는 쪽에서 소프트파워가 자연스럽게 하드파워로 수용될 수도 있다. 가령 2차 세계대전이후 유럽에 대한 미국의 전후부흥정책이었던 마셜 플랜이 좋은 사례. 이 정책은 냉전시기 경제원조라는 전형적인 소프트파워 정책이었지만 이를 통해 유럽에서의 미국 이미지가 높아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련의 군사력을 억제하는 훌륭한 하드파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일본,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우리나라의 모델이 될 수는 없는 일. 그는 “북구의 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한국에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인구 500만명이 채 안되지만 국내 총생산의 1% 이상을 대외원조에 사용하고 있으며, 중동지역 평화중재자 노릇을 하고 있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스마트파워를 갖춘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한국이 작은 미국 아니냐, 혹은 작은 일본 아니냐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한국은 한국”이라는 그는 “한국 역시 OECD에 가입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만큼 문화적 힘을 키운다면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영향을 주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 스마트 파워(smart power)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월등한 힘을 휘두르는 하드파워와 문화나 아이디어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소프트파워를 접목한 정책이다. 2007년 초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내놓은 것으로 미국 스마트파워위원회에서는 정책과제로 ▦동맹, 파트너십, 다자기구 회복 ▦세계개발 ▦공공외교 ▦경제통합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처 등을 꼽았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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