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8회를 맞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7일 막을 올렸다. 서울의 쌀쌀한 기온과 달리, 베를린은 따스한 햇살이 가득해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문을 연 작품은 롤링스톤즈 공연 실황을 다룬 마틴 스콜세지의 음악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shine a light)> . 그러나 기대만큼 큰 이슈를 만들지는 못했다. 반면 심사위원 중 덴마크 여성감독 수잔느 비에르와 프랑스 여배우 상드린 노네르가 개막 직전 불참을 통보해 숱한 루머가 돌았다. 샤인>
영화제 닷새째인 11일까지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 중 8편이 상영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 끄는 화제작은 아직 없다. 예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던 외신의 기대는 작품들이 하나씩 공개됨에 따라 가라앉는 분위기다. 전체적인 작품 수준이 평년보다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왕 샤오수아이의 <인 러브 위 트러스트(in love we trust)> 는 급변하는 중국 현실의 모순을 개인적인 이야기에 담아 풀어냈으나 이전 작품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 마지드 마지디의 <더 송 오브 스패로우(the song of sparrows)> 도 기존 이란 영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더> 인>
지금까지 가장 반향을 일으킨 작품은 폴 토마스 앤더슨(미국)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 유전 사업가인 폭군이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사회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 드라마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열연이 돋보인다. 데어>
마이크 리(영국) 감독의 <해피 고 럭키(happy-go-lucky)> , 에롤 모리스(미국)의 다큐멘터리 <표준 수술 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 , 랜스 해머(미국) 감독의 <발라스트(ballast)> 가 어느 정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홍상수 감독의 신작 <낮과 밤> 이 ‘발견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로 기록될지 주목된다. <낮과 밤> 은 12일, 파노라마 부문에 진출한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 는 15일 첫 상영을 갖는다. 아름답다> 낮과> 낮과> 발라스트(ballast)> 표준> 해피>
포럼 부문에서 상영된 문정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할매꽃> 은 감독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할매꽃>
작품 상영이 끝난 뒤에도 일부 관객이 남아 감독과의 열띤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재미동포 감독 데니스 리의 휴먼드라마 <정원의 반딧불(fireflies in the garden)> 은 줄리아 로버츠, 윌렘 데포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관심을 끌었다. 정원의>
올해 베를린이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줄지 점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현장의 영화인과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데어 윌 비 블러드> 와 함께 <표준 수술절차> 와 <발라스트> 가 ‘놓쳐서는 안 될 영화’로 회자되고 있는 정도다. 다만 심사위원장인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도 은연중에 밝혔듯이, 현실 참여적인 영화에 좋은 결과가 돌아갈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된다. 발라스트> 표준> 데어>
영화제 기간 동안 이어지는 수많은 파티들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영화 파티에 수많은 게스트가 운집, 한국영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보여줬다. 각종 해외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은 물론 기자와 세일즈 회사 관계자 등 300여명이 파티장을 빽빽이 메웠다.
반면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유럽피안 필름마켓(EFM)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마켓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유럽 영화들이 거래되고 있다는 반응이 있는 한편, 주목할 만한 새로운 영화가 별로 없다는 불평도 공존한다.
한국 영화의 침체를 반영하듯, 한국 세일즈 회사들의 부스도 예년에 비해 한가한 편이다. 베를린영화제는 17일 미셸 공드리의 <비 카인드 리와인드(be kind rewind)> 상영과 수상작 시상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비>
베를린=홍효숙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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