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국보1호 숭례문 소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12일 사표를 냈다. 일의 수습이 먼저라던 입장이 하루 만에 바뀐 셈이다.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여 온 국민이 애를 태울 때 유 청장은 국내에 없었다.
'조선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협의'를 위한 8박9일(6~14일)의 프랑스 출장을 갔다는 것인데, 문화재청 출장비와 별도로 대한항공으로부터 자신과 부인의 항공료, 프랑스 파리 체재비를 지원 받은 것으로 드러나 외유성 출장논란이 겹쳤다. .
그러나 이번 경우 말고도 문화재를 관리감독하고 그 행정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그의 행적은 많은 논란과 구설을 자초했다. 숭례문 참사는 '유홍준 식의 무례하고 안이한 문화재 행정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는 낙산사, 창경궁 문정전, 화성 서장대가 잇따라 불탔는데도 지난해 5월 경기 여주의 효종대왕릉 목조 재실 앞마당에서 LP가스로 숯불파티를 벌였다. 국보 1호를 숭례문이 아닌 다른 것으로 교체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낙산사 동종을 복원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기도 했다.
이벤트성, 자기과시성 행사에 열심이었던 것과 달리 본연의 문화재 관리에는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화재청이 만든 '화재시 행동요령' 초등학교 민방위대피훈련 수준이며, 소방당국과 유기적인 대응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자연재해나 실화보다 방화로 인한 문화재 소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관리기관이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유로 감시장치나 경보시스템 설치를 소홀히 해왔고, 숭례문이 사라진 지금에 는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방방재청과의 화재진압 책임공방도 낯 뜨거운 일이다. 이미 1950년에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한 일본이'문화재 화재예방의 날'까지 정해 연례훈련을 실시하고, 첨단시설에 상주관리인까지 두고 있는 것과 너무도 비교가 된다.
유 청장은 스스로'문화재 지킴이'라고 했지만, 숭례문 소실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의 말대로 사직한다고 부끄러움이 씻어지거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화재청장이 문화재 위에 있는 한 문화재는 온전하지 못하다. 이번 일을 문화재행정을 일대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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