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크라이슬러 "모델 절반 줄이고 베스트에 올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크라이슬러 "모델 절반 줄이고 베스트에 올인"

입력
2008.02.11 14:52
0 0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두 개의 '제네시스'가 화제다. 하나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이고,다른 하나는 크라이슬러가 최근 공개한 구조조정안을 말한다. 특히 크라이슬러의 제네시스 프로젝트는 업계 지형을 바꿀 것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미국 자동차 업계는 '많을수록 좋다'는 논리가 지배했다. 생산을 늘려 원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이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빅3의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이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실험에 나서 세계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에 따르면, 크라이슬러는 최근 '적을수록 많다'(Less is More)는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생산량을 감축해 비용을 줄이는 대신, 소수의 우량모델을 집중 판매해 이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향후 3년 간 현재 모델 28개를 절반 가량으로 줄일 계획이다. 별도 판매되던 크라이슬러, 닷지, 지프 등 3개 브랜드의 판매망도 하나로 통합된다. 컴팩트카인 닷지 캘리버와 지프 콤파스, 중형차인 닷지 어벤저와 크라이슬러 세브링 등의 경우 1개씩 만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소량생산 체계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혀 시장점유율 하락 등 어려운 문제를 가져온다. 몸집을 불려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경쟁에서 살아 남는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란 점에서 보면 정반대의 길인 셈이다.

사실 미국 빅3의 수 십년 경쟁이나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M&A)은 이런 업계의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 GM은 지금도 같은 맥락에서 비용을 줄이고 좋은 차를 개발해, 판매를 늘려 주가를 올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짐 프레스 크라이슬러 부회장은 "미국 최고의 소규모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며 몸집 키우기에 관심이 없음을 강조했다. 물론 크라이슬러도 지난까지 GM처럼 차종을 더욱 다양하게 구성, 향후 10년 내에 400만대의 차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공개했었다.

그러나 SUV만 11개 차종에 이를 만큼 모델이 중복되고 고객층이 겹치면서 이런 규모의 경제 방식은 생산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27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16억달러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새 전략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프레스 부회장이 도요타 임원출신이란 점에서 생산의 비효율 부분을 제거하는 '도요타의 린(Lean) 생산방식'이란 평가가 나온다.

크라이슬러의 전 재무책임자 제롬 요크는 "이 계획이 성공한다 해도 다음에 나올 조치는 해외매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사모펀드 서버러스가 비싼 값에 매각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앞세운 크라이슬러의 전략은 10년래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올해 미국 자동차시장에 대한 선제 대응이란 지적도 있다.

프레스 부회장은 "그런 지적은 '올드 크라이슬러'에나 맞는다"며 이번 전략수정은 미국시장의 성숙과 저성장, 경쟁과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시장에서 판매의 급격한 신장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꿈을 접고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 실험의 성공여부는 미국자동차 업계의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일본차에 세계1위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만약 크라이슬러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GM 포드 등 다른 '미국의 자존심'들도 결국은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실패한다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겠지만.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