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새해 들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업 호황에 따른 사상 최대의 실적을 등에 업고 빠르게 보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달 초 공개된 '대한민국 경제의 힘이 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TV광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조선소를 짓기 전에 선주를 설득시켜 선박을 수주한 일화를 생전에 한 대학 강연에서 소개하는 내용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지난해 하반기 인쇄매체에 내놓은 고 정 회장의 '해봤어!' 광고에 이은 것으로, 이미지 제고 차원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고 정 회장의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범 현대가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도 준비 중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말 감독당국에 '감사인 지정제도'를 신청했다.
투명한 감사를 위해 감독당국이 회계 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는 제도로, 비상장 회사들의 상장 필수 요건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이 전체 지분의 94.9%를 보유한 회사로, 이미 상장된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핵심 계열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상장을 위한 절차이긴 하지만, 특정 일정에 맞춰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에 힘입어 현재 6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계열사를 급하게 상장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하진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옛 현대그룹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추가 자금확보가 필수적이다. 조선경기 불황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재계에선 현대중공업이 연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만큼, 옛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현대건설(시가총액 9조원)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맞물려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외부에서 오래 전부터 나돈 얘기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대주주 지배권 강화, 인수ㆍ합병(M&A)에 따른 추가 계열사 편입 등을 고려할 때 지주사 전환은 시간문제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지분 10.8%를 보유한 정몽준 의원의 지배권이 강화되고, 계열사 전체적으로 투명성이 높아지는 등 장점이 많다"며 "현대중공업은 올해 재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