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도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예상됩니다. 연구자 입장에선 우려가 크지만 일견 구조조정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지나친 정부 간섭만 없다면 규모를 키워서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되니까요.”
신정부의 과학기술부의 통폐합 추진으로 과학기술계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11일 창립 42주년을 맞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금동화(사진) 원장은 10년 뒤 정부 출연연의 미래 구상을 밝혔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금 원장의 시각은 “과학기술에 대한 세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전체 연구비 투자규모는 물론 연구기관의 크기를 키우고, 여러 분야를 융합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 행정이 단기 성과에 치우칠까 걱정스럽긴 하지만 “지난 15년간 특혜라 할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신정부라고 모르겠느냐”는 낙관도 바탕에 깔려 있다.
66년 개원해 포항제철기술계획 등 기간 산업체를 기획하고, 정보통신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등 12개 연구소를 배출했으며, 컬러TV, 아라미드펄프 등 기간 기술을 개발하며 60~70년대 산업화를 이끌어온 KIST는 ‘미래 출연연의 임무는 무엇인가’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미래 KIST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중심센터가 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뇌 연구 같은 정말 장기적인 기초연구를 맡는 것이죠.” 플랫폼 테크놀로지란 예를 들면 연료전지나 로봇처럼 복잡 다양한 부품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개발되는 분야에서 서로 호환이 되도록 하는 기반기술을 의미한다.
이런 역할을 그저 선진국 따라잡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신산업의 핵심기술 공급자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차별적으로 집중 투자하고, 국제화를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에 집중할 연구분야로는 신에너지, 맞춤의학, 나노물질, 인텔리전트 라이프 등 4개를 꼽고 있다.
연구력을 높이기 위해 금 원장이 신경 쓰는 것은 인재 확충이다. KIST는 지난 2년 동안 총 400명 연구원 중 약 80명이 신규 채용됐다. 물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는 뜻이지만 젊은 연구인력이 포진했다는 강점도 있다.
금 원장은 “이제 BK21 등 여파로 대학으로의 인력 유출은 이제 마무리 단계”라며 “앞으로 능력이 뛰어난 박사 후 연구원을 많이 채용하고,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오픈 랩’을 운영해 인재풀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픈 랩이란 KIST의 연구 인프라를 탐내는 대학 교수에게 연구연가나 방학동안 연구실, 숙소, 연구비까지 지원해주고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것.
“물론 출연연이 더 활발히 기업에 기술을 확산하고 부가가치 창출을 유도하도록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이르면 현재 성과를 내는 것만큼 미래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저변을 깔아주는 게 동시에 필요합니다. 그러한 저변이 출연연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김희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