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여성이 11년 동안 사귄 남자와 꿈에 그리던 웨딩마치를 울린 지 90분 만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BBC 인터넷판은 간호사 출신의 스티븐슨(48)이 2일 맨체스터의 베리호스피스병원에서 크리스 존슨(50)과 결혼하며 백년가약을 했지만 그 행복을 만끽하기도 전에 눈을 감아 가족, 친지는 물론 영국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고 11일 보도했다.
스티븐슨이 처음 난소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02년. 그래도 치료를 잘 한 덕에 병을 거의 극복한 듯 했지만 2004년에 이어 2007년에 다시 병이 발발했다.
두 사람은 당초 신부의 생일인 올해 8월 16일 저녁 결혼식을 올리기로 날을 잡았으나 주치의가 스티븐슨의 갑작스러운 병세 악화를 통보해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온 신부는 1일 퇴원해 혼례가 열리는 베리호스피스병원에 다시 입원했다. 신랑 존슨은 베리호스피스병원에 스티븐슨을 데려다 놓고 결혼 반지를 사러 외출했다가 긴급 호출전화를 받았다. 부리나케 병원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스티븐슨이 원하는 백금반지를 끝내 구입하지 못하고 대신 집에 있던 다른 반지를 갖고 와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존슨은 혼례식 당일 오전 11시께 병원을 떠나 집에 도착했다가 스티븐슨이 위독하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정신 없이 병원으로 돌아오자 병원 원무과 책임자 그램 램스든이 준비한 식장에 만사를 제쳐두고 양가 가족과 친구 등 20명이 모였다. 혼인식 시간을 오전으로 재차 당긴 가운데 신부는 침대에 누워 신랑을 맞았다.
존슨은 “모든 참석자가 우리의 결혼식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을 기뻐했다”며 “나는 스티븐슨에게 혼인서약을 했고 그는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머리를 흔들면서 행복해 했다. 하지만 1시간 30분 정도 지나자 그는 더 이상 미동도 하지 않고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고 담담히 밝혔다.
존슨은 “집에 있던 반지를 끼워주었는데 그걸 영원히 간직한 채 떠났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스티븐슨의 죽음으로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해 기쁘며 결혼은 스티븐슨의 소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존슨은 또 “스티븐슨은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낙관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병마와 열심히 싸웠으며 유머와 인생과 서로의 정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한 뒤 “그의 그런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스티븐슨의 전 남편도 “그는 두 차례나 암과 투병해 이겼다. 불굴의 정신력과 강인한 생명력이 없었다면 오래 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명복을 빌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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