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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메아리'로 별까지 거리 정밀하게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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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메아리'로 별까지 거리 정밀하게 잰다

입력
2008.02.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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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메아리가 별까지의 거리를 말해준다.”

최근 유럽우주국(ESO)의 망원경을 통해 지금까지 어떤 관측보다 더 정확히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밝혀졌다. ‘빛의 메아리’를 이용하면 거리를 오차 1% 이내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천문대의 피에르 케벨라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태양보다 1만5,000배 밝고 질량은 10배나 무거운 케페이드 변광성 RS Pup을 관측했다.

변광성이란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별인데 RS Pub은 41.4일의 주기로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또 특이한 것은 RS Pub 주변을 거대한 성운이 감싸고 있어 이 별빛이 밀도가 높은 성운의 먼지구름에 비쳐 반사돼 보인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이 바로 성운에 반사된 빛이다. “성운에 비친 별빛은 별에서 성운의 먼지덩어리까지 갔다가 다시 지구의 망원경에 도달한 것이어서 변광성에서 나온 별빛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다”고 케벨라는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성운의 특정 지점을 정해 반사된 별빛을 지속적으로 측정하면, 변광성과 똑같이 주기적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지면서 변광성과 시차가 나는 밝기 변화 패턴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시차를 두고 도달한 빛이 바로 빛 메아리다. 동굴 벽에서 반사돼 울리는 소리의 메아리에 빗댄 말이다. 물론 초속 30만㎞의 속도로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이 이처럼 메아리 치려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차를 정확히 측정하고 나면 거리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밝기 변화 사이의 시간차이에 광속을 곱하면 변광성과 성운 사이의 실제 거리를 알 수 있고, 겉보기 거리(지구에서 보이는 거리)와 비교하면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연구팀은 RS Pub까지의 거리가 태양~은하중심 거리의 약 4분의 1인 6,500광년(오차범위 90광년 안팎)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기존의 어떤 방법보다 정밀한 수준이다.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변광성이 흔히 먼 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천문학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

1912년 미국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비트는 소마젤란 은하에서 1.5~127일의 주기를 갖는 다양한 변광성들을 연구, 밝기가 밝을수록 밝기가 변하는 주기는 길어진다는 관계를 처음 규명했다.

천문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변광성을 찾아낸 뒤 주기와 밝기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해왔다.

리비트의 연구결과는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쓰이지만 그는 마젤란 은하 내의 변광성들의 거리가 모두 같다는 어림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자체의 정확성에는 다소 오차가 있었다. 결국 빛의 메아리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하늘에서 거리를 잴 수 있는 보다 정확한 ‘자’를 갖게 된 셈이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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