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몸담은 음악동호회 회원 중에 유럽에 여러 날 출장 중인 사업가가 있다. 그 분이 출장 중 짬을 내어 본 오페라 후기를 동호회 게시판에 올렸는데, 뮌헨에서의 오페라 <노르마> 후기 말미에 “기차에서 앞 사람이 보는 독일 신문을 슬쩍 훔쳐보니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엄마가 된다고 대문짝만하게 났더라”고 적은 것이었다. 노르마>
부랴부랴 외신을 검색하니 사실이었다. 4일자 AP통신은 네트렙코가 지난 연말 뉴욕에서 약혼했고, 현재 임신 중으로 가을에 출산할 예정이며 아기 아빠와 결혼할 계획이라고 전하고 있었다. 오페라계의 슈퍼스타와 결혼하는 행운의 남자는 누구인가? 우루과이 출신의 바리톤 어윈 슈로트다.
어윈 슈로트라면 국내 무대에도 섰던 사람이다. 2004년 9월 정명훈이 지휘하고 세계적 성악가를 여럿 초빙한 <카르멘> 이 세종문회회관에서 공연되었는데, 출연 예정자 중 세 명이 펑크를 내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 에스카미요 역의 미켈레 페르투시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급히 교체된 바리톤이 쉬로트였다. 당시 그의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카르멘>
당시 공연전문지에 기고했던 리뷰를 확인해보니 “에스카미요를 부른 어윈 슈로트는 연기력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는데, 노래에 있어서는 지휘자의 관점과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몇 차례나 노출했다”고 쓰고 있었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그때만 해도 세계 정상급의 가수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사로잡는 존재감이 대단했고, 정명훈의 리드보다도 자기 스타일을 고집했을 정도로 뭔가 유별나 보였다는 것이다.
아무튼 슈로트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부쩍 성장해서 밀라노의 라 스칼라,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의 로열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는 정상급 가수가 되었다. 잘 생긴 얼굴과 단단한 체격도 갖추었으니, 관객을 사로잡는 미녀 소프라노 네트렙코와 좋은 짝이 될 것 같다.
순서가 바뀌어 임신부터 하고 결혼을 하게 됐지만, 워낙 연예계에서 흔한 뉴스라 더 이상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흠 잡힐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네트렙코의 출산으로 올 가을 계약을 취소하게 생긴 극장 관계자들도 꽃다발을 보내 축하하겠다고 말했다는 소식이다. 나름대로 염려되는 점도 있다.
결혼하고 엄마가 된 다음에도 네트렙코가 여전히 활달하고 애교 넘치는 무대 매너를 보일 수 있을지, 특히 닭살이 돋을 정도로 무대 위에서 스스럼없는 애정 연기를 펼쳤던 최고의 파트너 롤란도 비야손과는 아무래도 남편 때문에 표현의 강도를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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