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No! 오노가 내 다리를 눌렀는데….”
선두를 내준 이승훈(한체대)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두 팔을 벌렸다. 안톤 오노(미국)가 자신을 추월하면서 반칙했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심판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고 금메달은 오노의 목에 걸렸다.
한국 쇼트트랙과 오노의 악연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이승훈과 이호석(경희대)이 11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월드컵 6차대회 남자 1,000m에서 오노의 ‘반칙성 플레이’에 금메달을 놓쳤다. 오노는 준준결승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이호석을 위험한 동작으로 막은 데 이어 결승에서는 이승훈의 다리를 건드렸다.
오노는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오노는 1,000m 준준결승에서 안현수를 건드려 넘어트렸고, 1,500m 결승에서는 헐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에게서 금메달을 뺏었다. 이때부터 ‘반칙왕’이란 별명이 오노에게 붙었다.
대표팀 박세우 코치는 “승훈이의 다리를 오노가 건드린 건 사실이다”면서도 “오노의 행동이 반칙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는 애매하다”는 자세를 보였다. 오노의 스케이팅이 워낙 뛰어나 반칙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한국 선수들을 위협했다는 설명. 박 코치는 “한국 선수들이 새로운 숙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억울한 마음을 가슴에 안은 채 전력질주한 이승훈은 은메달에 그쳤고, 캐나다 선수와 충돌해 넘어진 이호석은 동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다. 한편 성시백(연세대)은 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곽윤기(신목고)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누어 가졌다. 이승훈과 성시백은 5,000m 계주에서도 우승해 대회 2관왕이 됐다.
여자 대표팀은 3,000m 계주에서 우승했지만 개인 종목에서는 참패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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