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뮤지컬 <캣츠> 의 첫 정식 라이선스 공연 제작발표회에서 프로듀서 설도윤씨는 “배우들의 기량이나 흥행보다는 번역이 더 큰 과제다. 캣츠>
T.S. 엘리어트의 시를 토대로 만들어진 <캣츠> 의 노랫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메모리’ 등 쉬운 영어 단어나 유명한 문구는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캣츠>
해외 저작물의 번역 수준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번역극이든 투어팀 내한 형식이든 세계 각국의 공연이 쏟아지는 요즘, 새삼 공연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연된 라이선스 뮤지컬 <햄릿> 은 21일 시작될 재공연에 ‘ <햄릿> 시즌2’라는 이름을 붙였다. 앙코르 무대 차원이 아닌 업그레이드된 작품이라는 의미에서다. 이번 공연은 한번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임에도 초벌 번역을 포함해 대본부터 완전히 바꿨다. 햄릿> 햄릿>
개사를 맡은 연출자 김광보씨는 “초연 때 셰익스피어 원작의 느낌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고전의 감동을 살리기 위해 작가, 음악감독과 함께 가사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가벼운 장르라고만 생각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초보 관객도 뮤지컬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새 공연의 양적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이제 번역은 단순한 의미 전달 차원을 넘어 작품의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연 평론가 조용신씨는 “특히 초연작의 경우 번역 과정을 소홀히 하면 원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장르에 대한 반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2005년에 초연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의 경우 공들인 번역 덕분에 “음악성 뿐 아니라 대본의 재미도 상당하다”는 평을 얻으며 오페라 초심자까지 끌어당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니벨룽의>
다음달 18일 공연되는 라이선스 뮤지컬 <이블데드> 의 대사에는 ‘열나(너무)’ ‘조낸’(매우) ‘급(갑자기) 달라졌어’ 등 신세대들이 쓰는 비속어나 욕설이 난무한다. 원작에 비속어가 많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극의 흐름과 뉘앙스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블데드>
공연 번역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블데드> 와 같은 코미디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블데드> 제작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문화 차이 때문에 일대일로 단어를 매치하는 대신 웃음을 유발할 자리에 적절히 속어를 배치하는 재창조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블데드> 이블데드>
코미디는 스토리 라인 뿐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살리는 번역이 요구되기 때문에 무대에서 비속어를 듣는 것도 이제는 낯선 일이 아닌 셈이다.
결국 수없이 많은 해외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만큼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대사가 있는 공연이라면 번역을 비롯한 공연의 디테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페라 평론가 이용숙씨는 “한국 오페라는 1980년대 이전의 번역 대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원작과 내용이 다른 황당한 경우도 있다”면서 “제작사들이 지금부터라도 공연마다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번역을 새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도 “작품 수가 늘면서 엉뚱한 오역이 눈에 띄는 등 번역이 기대 이하인 공연이 많아졌다”면서 “제작사들이 유명 작품의 수입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제작 프로세스의 세부사항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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