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의 기와지붕은 물샐 틈 없는 ‘철벽’이었다. 진흙과 석회석으로 겹겹이 다진 다층구조의 지붕을 물줄기는 뚫지 못했다.
숭례문 기와지붕은 기와-보토(補土)-강회다짐-적심-서까래의 다섯 겹 구조로 돼 있다. 보토는 기와가 미끌어지지 않도록 진흙과 황토를 섞어 발라놓은 흙층으로 이 위에 기왓장을 놓는다.
보토 아래에는 생석회를 물과 배합해 양성한 석회석 층인 강회다짐이 있다. 깁스처럼 단단한 강회다짐은 기왓장 틈새로 들어온 빗물이 건물 내부로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방수층 역할을 한다.
강회다짐 밑에 비스듬한 지붕 경사를 잡기 위해 나무 자재인 적심이 놓이고, 그 아래 서까래와 도리가 자리한다.
도리는 서까래를 얹기 위해 기둥의 중심선 바깥쪽에 걸치는 부재. 도리 하부에는 처마 끝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 등에 짜맞추어 댄 나무 부재인 공포(貢包)가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숭례문의 이 같은 지붕 구조는 외부의 재해로부터 내부의 목조 건축물을 보호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화재 진압에는 치명적이다. 기와지붕 밑에서는 나무 자재들이 훨훨 타고 있는데도 보토와 강회다짐이 물줄기를 막아내 아무리 바깥에서 물을 쏟아 부어도 내부의 불길에 닿을 수 없는 구조다.
지붕구조를 들어내지 않고서는 화재진압이 불가능한 것. 소방당국이 국보 1호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물줄기만 뿜어대는 사이 ‘복부’에 불길을 머금은 숭례문은 ‘내파’해 버렸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