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무용의 전설’로 불리는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쉬(68)는 1986년부터 특정 도시의 이미지를 춤으로 만드는 ‘도시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로마를 주제로 한 <빅토르> 를 시작으로 홍콩의 중국 반환을 기념한 <유리 청소부> , 리스본을 표현한 <마주르카 포고> ,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낸 <러프 컷> 등 14개 작품에 이른다. 러프> 마주르카> 유리> 빅토르>
바우쉬의 눈에 비친 터키의 이스탄불은 어떤 모습일까. 그가 2002년 여름 30여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3주간 이스탄불에서 체류한 경험을 토대로 만든 2003년 작 <네페스(nefes)> 가 다음달 13~16일 LG아트센터에 올려진다. 피나 바우쉬가 이끄는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공연하는 이 작품의 제목은 터키어로 ‘숨’이라는 뜻이다. 네페스(nefes)>
시작은 비눗방울이 터지는 터키식 목욕탕에서 웃통을 드러낸 남자 무용수들이 서로를 안마해주는 장면이다. 여성 무용수들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물결을 만든다. 무대 위에 물이 차오르면 무용수들은 물 위에 쟁반을 띄우며 피크닉을 즐긴다.
바우쉬는 이스탄불을 둘러싼 정치적, 종교적 긴장감 대신 터키 사람들에게서 받은 친근한 인상과 문화를 작품의 소재로 택했다. 그래서 분노와 고뇌보다는 유머와 희망이 주조를 이룬다.
작품을 구상할 때 터진 이라크 전쟁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바우쉬는 이렇게 설명했다. “제 작품에서 시간은 모두 현재형입니다. 시간 뿐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나 공포 같은 것들도요. <네페스> 는 매우 평온하면서도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어요. 평온함이야말로 바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필요한 것이니까요.” 네페스>
<네페스> 가 보여주는 이스탄불의 이미지는 물과 여성으로 대표된다. 검은 색 단조로운 무대에서 물은 호수처럼 차올랐다가 이슬비로 내리고, 다시 폭우가 돼 쏟아지기도 한다. 네페스>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있는 터키를 상징한다. 또 탐스러운 머리카락의 여성 무용수들을 통해 터키 여성들로부터 받았던 신비로운 느낌을 되살리고 있다. 그 위로 터키 전통음악과 클래식 기타 음악, 피아졸라의 탱고, 한국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 등 다양한 음악이 흐른다.
LG아트센터 측은 피나 바우쉬가 이번 공연에 맞춰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교토상 시상식과 일정이 겹쳐 오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02) 2005-0114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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