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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하룻밤 새 600년 자존심 무너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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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하룻밤 새 600년 자존심 무너져 눈물

입력
2008.02.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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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무너진 숭례문의 참담한 모습에 우리 모두의 가슴도 새까맣게 타버렸다. 누각에서 기왓장이 쏟아져 내릴 때 국민적 자존심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600년을 버텨온 우리 문화의 대표 유산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온 국민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시민들은 불타 버린 숭례문 앞에 나와 하얀 조화를 하나 둘씩 놓았다. 불에 탄 서까래와 부서진 기와장이 뒤엉킨 모습에 시민들은 “우리 손으로 숭례문을 태운 것”이라며 눈물 짓고, 분노했다.

화재 소식을 듣고 걱정돼 새벽부터 현장에 나왔다는 설종태(56)씨는 “600년 역사가 하루도 안 돼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며 “설령 (숭례문을) 복원한다고 해도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역사가 되돌아 오진 않을 것”이라고 가슴을 쳤다. 회사원 이모(39)씨는 “출근길에 숭례문의 참담한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어 눈물이 났다”며 “조상들이 고이 간직해 온 문화유산을 우리 대에서 허무하게 무너트리고 말았다”고 기막혀 했다.

시민들은 당국의 어설픈 화재 초동 대처와 주먹구구식 문화재 관리, 책임 미루기 행태에 더욱 분개했다. 숭례문 앞을 찾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 공무원을 향해 분을 못 이겨 달려드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10일 밤부터 들끓었던 인터넷 여론은 11일 정정기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의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공조체제 소방장비 등도 문제 없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다”는 국회 발언이 전해지자 폭발했다.

시민들은 문화재청의 ‘신중한 초기 진화’ 요청 여부에 대한 말 바꾸기와 “흥인지문(동대문)에서 유사한 화재가 발생해도 현재로서는 진화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어이없는 발언에도 넋을 잃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숭례문을 보며 자랐다는 대학생 안예나(21ㆍ여)씨는 “국보 관리를 이렇게 소홀히 했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나라의 상징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관계 기관에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수경 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국보라면 당연히 집중 소방관리 대상이어야 하는데 관할인 서울 중부소방서가 숭례문 내부 도면이 중구청에 있는지도 모르고 화재 발생 이후 대전의 문화재청에서 받았다고 얘기하는 것부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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