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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당예서와 추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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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당예서와 추성훈

입력
2008.02.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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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중국 출신의 귀화 여자 탁구 선수 당예서(중국명 탕나)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출전권을 따내며 사실상 올림픽 본선 티켓을 예약했다. 이로써 탕나는 꿈을 위해 조국을 등진 지 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친정 땅을 밟게 됐다.

당예서가 실력에 비해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데 우여곡절이 많아 탁구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당예서는 지난 달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 명실상부 국내 1인자임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탁구계 내부의 파벌 싸움과 세계 랭킹이 없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얽히면서 당예서의 올림픽 출전은 물건너가는 듯 보였지만 결국 선발전 끝에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내에 귀화선수는 많지 않다. 단일민족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순수혈통주의를 강조해 온 탓인지 귀화에 대한 시선이 너그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한 국제 결혼의 확산으로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면서 이제 우리도 귀화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귀화 선수에 대해 우리보다 관대하다. 일본은 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예선때 브라질 출신의 라모스를 출전시킨 이후 매번 월드컵 때 귀화선수가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도 귀화 선수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한일월드컵을 앞둔 시점이다. 개최국으로서 16강에 들지 못하면 망신이라는 생각 때문에 일각에서 옛 유고연방 출신의 특급 골잡이 샤샤를 귀화시켜 국가대표로 뛰게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반대로 무산됐다.

물론 다른 나라 출신의 선수를 귀화 시켜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게 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도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귀화시켜 프랑스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특정 국가 출신의 우수 선수들을 귀화 시키는 문제가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하다. 축구의 브라질, 탁구의 중국이 대표적이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지난해 "향후 10년 내에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각국 대표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브라질 출신 귀화선수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제탁구연맹도 이에 동조하고 나선 상태다.

귀화 선수 문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유도의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다. 재일동포인 추성훈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부산시청 소속으로 국가대표선발전에 나서기도 했지만 유도계의 뿌리 깊은 텃세에 밀려 좌절을 겪었다. 이후 일본 국적을 취득한 추성훈은 일장기를 달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국내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의 귀에 들린 것은 '쪽바리'라는 단어였다.

당예서도 추성훈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도 베풀지 못한 아량을 중국인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짐도 좋지 않다. 당예서가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 차지한 뒤 "지금은 한국이 내 조국이다"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국적은 바뀌더라도 조국은 바꿀 수 없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비록 당예서가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 티켓을 손에 거의 쥐었지만 앞날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 같다. '조국을 배신했다'는 비싼 대가를 치르며 어렵게 기회를 얻은 당예서가 베이징올림픽에서 펼칠 활약을 기대해본다.

스포츠팀장 여동은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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