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생산기지 확대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2010년 ‘세계 빅4’를 꿈꾸는 현대차와 지난해 1위에 오른 도요타 간 대회전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도요타는 미국에 이어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경쟁적으로 생산체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완성차 메이커들의 격전지로 변모한 중국에선 현대차가 도요타를 한발 앞서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4월 연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현대 제2공장이 가동되면 1공장과 기아차 공장 등을 합쳐 중국에서 103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현대차의 적극 공세에 자극 받은 도요타는 최근 중국 내 생산 능력을 100만대로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현재 광저우(廣州)시에 2009년 가동을 목표로 7공장을 건설 중이며, 2010년까지 4,250억원을 들여 지린성(吉林省) 창춘(長春)시에 8번째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연간 현지 생산능력이 100만대에 이르게 된다. 일본 390만대, 미국 150만대에 이은 도요타의 세계 3번째 생산거점 규모이다.
저가 및 경차 시장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떠오른 인도에서도 현대차가 도요타를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에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 연산 60만대 체제를 구축했다. 총 10억달러를 투자해 완공한 현대차 제2공장은 지난해 11월 인도 시장에 출시해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소형차 ‘i10’ 전용 생산공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도요타도 인도에 5억~10억달러를 투자, 2단계에 걸쳐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우선 2010년까지 인도 생산능력을 지금의 4배 수준으로 늘려 현재 5%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도요타는 현재 연산 5만대 수준인 방갈로르 공장을 2010년 20만대 규모로 확대하고, 2015년까지 추가 공장 건설을 통해 연산 60만대로 늘릴 방침이다.
러시아 시장에서도 현대차와 도요타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도요타는 현지 수입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첫 생산공장을 오픈하고 1호차를 내놓았다. 도요타는 이 공장에서 주력 세단인 캠리, 코롤라를 연산 5만대 규모로 생산한다.
현대차도 같은 지역에 4억달러를 들여 연산 1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고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도요타 캠리, 코롤라에 대응해 주력 세단인 쏘나타 등을 생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주요 거점의 생산체제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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