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두고 10일 오후 국회 행정자치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6인회동은 2시간 만에 소득 없이 끝났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갈 길이 바쁜 한나라당은 "오늘은 끝장토론을 하든지 해서라도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며 결의를 불태웠지만 무위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8일 회의에서 통일부를 존속시키기로 양보했으니 개정안을 원안대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반면, 신당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회의 전 양측은 미리 입장을 조율하며 타협점을 찾는 듯 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신당 김진표 정책위의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일정 부분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해양수산부와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우리의 명분인데 끝까지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신 양보할 부분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의가 시작되자 양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며 진통을 예고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신당이 예정시각을 10여분 넘겨 회의실에 들어서자 "오늘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것을 보니 지난 번 회의 내용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을 내린 것 같다"며 "시기가 촉박하니 오늘은 대승적 결단을 내려 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정색하며 "우리한테만 자꾸 결단을 내리라고 하는데 키는 거기서 쥐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속도와 유연성은 비례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좀 유연하게 나오면 (개정안 처리가) 일찍 끝날 수 있다"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당이 요청한 ▦해양부 여성부의 존폐 여부 ▦정보통신부 기능 이관 ▦방송통신위원회 구성 ▦금융위원회 기능 조정 ▦법률로 정한 위원회 개편 문제 등을 안건으로 다뤘다. 안 원내대표가 "(신당이) 너무 요구하는 것이 많아서 새 정부가 제대로 될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내비치자 신당 유인태 행자위원장은 "많고 적고가 아니라 합리적 구상이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자기들이 하는 것은 다 합리적이고 말이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회의 후 한나라당 이한구 의장은 "저쪽과 우리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 그렇지만 일괄타결이 안되면 우리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11일 4차회의가 마지노선임을 시사했다. 반면 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다이어트식 성과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12일 전에 타결되지 않으면 요단강을 건너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로써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4월 총선에서 정치공방으로 변질될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각료를 임명하지 못한 채 반쪽 정부로 출범하거나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생떼로 비춰지는 것은 각각 한나라당과 신당에 큰 부담이어서 막판에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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