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0일로 출범한 지 꼭 한 달이 됐다. 최장 105일로 예정된 수사 기간의 3분의 1을 지내는 동안 특검팀은 전격 압수수색 및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였지만 특검 초기수사의 성적은 평이한 수준이다.
특검팀은 설 연휴가 끝난 뒤 비자금 조성 및 운용에 관련된 피의자와 ‘경영권 승계’에 연루된 피고발인 소환조사를 본격화하겠다고 예고, 향후 ‘본게임’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거침없었던 삼성특검
특검팀은 출범 5일째인 지난달 14일 이 회장의 집무실이자 삼성경영의 메카라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승지원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옛 구조조정본부장), 김인주 사장 등 삼성의 핵심간부 자택 등 8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고강도 전략을 구사했다. 이어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 등 삼성가(家) 여인들의 미술품 보관장소로 지목된 경기 용인 에버랜드 부근 창고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특별수사본부도 손대지 못했다는 점에서 특검의 전격 압수수색은 삼성에 대한 기선제압의 효과로 충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김용철(50) 변호사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지 두 달이 지난 압수수색은 삼성의 철저한 ‘방어’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삼성화재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전산자료를 삭제하는 등의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삼성의 조직적인 수사방해 행위는 특검의 향후 수사에서도 상당한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검팀은 또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차명의심계좌 500여개에 대한 연결 추적작업도 병행했다. 이를 통해 특검팀은 차명계좌의 잔고가 검찰에서 확인한 8,000억원에 실제 육박하는지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차명계좌주로 지목된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등 40여명의 계열사 임원을 연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전 삼성전기 김모 상무 등 2명으로부터 “내 계좌가 아닌 차명계좌”라는 진술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비자금 입ㆍ출구 및 경영권 승계 수사가 관건
비자금의 저수지로 보이는 차명계좌의 존재를 확인한 특검팀은 조만간 비자금의 조성과 운용에 핵심적 역할을 한 삼성 관계자를 줄소환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실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전용배 상무로 이어지는 재무팀의 핵심라인이 우선 소환대상으로 이들은 경우에 따라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자금 출구수사도 본격화할 예정인데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대로 삼성의 전방위 로비실태가 밝혀질지 여부가 관심사다. 비자금이 검찰 정치권 국세청 등의 로비에 사용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거물급 인사들의 줄소환으로 정국은 한동안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 특검팀은 수사초기부터 2002년 대선자금 수사기록도 검토, 결과에 따라 4월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자금 출구수사에서는 미술품 구입의혹 대목도 빠질 수 없다. 김 변호사가 폭로한 대로 삼성이 비자금을 ‘사사로이’ 고가미술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삼성은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 적잖은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검팀은 11일부터 경영권 불법승계와 관련된 4건의 고소ㆍ고발 사건의 피고발인 조사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달 윤정석 특검보는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이 회장을 포함한) 33명의 피고발인 중 기소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처리하는 것도 특검의 임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영권 불법승계 수사는 이 회장 부자와 전략기획실 주요간부의 소환조사 및 사법처리결정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검 수사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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