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올림픽!"
채 철이 들기도 전인 열살 때부터 꾸던 꿈이 이제 99%쯤 달성됐다. 올림픽이라는 꿈을 위해 중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사람이 된 탁구선수 당예서(27ㆍ대한항공). 탕나라는 중국이름 대신 예서란 한국 이름을 선택한 그가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인 10일 마침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예서는 10일 태릉선수촌내 개선관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 대표선발전 이틀째 경기에서 7전 전승, 1위로 출전권을 따내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사실상 예약했다. 전날 4전 전승으로 1위를 달린 당예서는 이날 라이벌인 곽방방(KRA)과 문현정(삼성생명)을 각각 4-1로 물리쳤다. 마지막 상대였던 이은희(단양군청)는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이로써 당예서는 한국 대표로 내달 6일부터 홍콩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에 출전한다. 주최국 중국 선수들이 불참하는 이번 대회에는 올림픽 출전권이 7장 주어진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당예서는 올림픽에 출전할 걸로 보인다. 지난 2001년 대한항공 연습 파트너로 한국 땅을 밟은 지 7년 만에 꿈을 이룬 셈이다.
중국 창춘에서 태어난 당예서는 중국 청소년대표를 지냈다. 탁구여왕 왕난과 함께 중국 탁구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던 당예서는 선발전 대신 감독의 지명으로 국가대표를 뽑는 중국의 관례에 절망했다. 당예서는 "당시 중국에는 올림픽 대표선발전이 없었기 때문에 지도자에게 선택 받는 3명 만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다.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자연히 도태된다"고 중국을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어렵사리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텃세가 만만치 않았다. 당예서는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전승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김경아(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까지 출전했지만 당예서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국가대표가 된 당예서는 "지금은 한국이 내 조국이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에서 "국적은 바뀌더라도 조국은 바꿀 수 없다"며 당예서를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탁구를 위해 조국을 배신한다는 중국의 비난에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큰 상처를 준 건 대한탁구협회였다. 협회는 세계 랭킹이 없다는 이유로 당예서를 올림픽 대표팀에 포함시키길 꺼렸다. 하지만 누가 출전하더라도 단체전 4번 시드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발이 일자 결국 선발전을 열었다.
천신만고 끝에 태극마크를 단 당예서는 "기쁘다. 정말 기쁘다"를 되뇌이며 "(그동안) 땀을 흘린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잠자는 시간과 식사할 때를 제외하면 훈련에만 매달리는 연습벌레로 밤에는 동영상을 통해 가상의 적을 분석하고 이기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대한항공 이유성 단장은 "당예서는 한국선수보다 더 한국적인 사고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더 열심히 훈련한다. 항간에 떠도는 말과 달리 당예서는 선수 생활이 끝나더라도 한국에서 살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 단장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당예서가 합류하면 김경아, 박미영과 함께 단체전 메달도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윤재영(상무)이 차세대 에이스 이정우(농심삼다수)와 수비 달인 주세혁(삼성생명)을 각각 4-2와 4-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5승2패로 올림픽 예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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