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련 보도는 일반 정당 및 국회와 관련된 정치 기사와는 그 맥을 달리한다. 정당ㆍ국회 기사는 논의 과정에 있는 내용들의 가변성이 인정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머릿기사로 보도된 내용도 정치인의 결심이 바뀌면 특별한 해명 없이 백지화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이는 정당ㆍ국회 관련 정치기사가 정당이나 정치인이 국민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성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통일ㆍ외교 등 정부정책 관련 기사는 정부의 결정된 의견을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도내용이 바뀌려면 그만한 상황변경이 전제되고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대통령직 인수위 관련보도는 정당ㆍ정치 기사가 아닌 정부정책 관련 보도이며 따라서 보도된 내용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파급효과가 크고 그 수정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언론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연일 이어지는 인수위 관련보도는 마치 논의과정중인 정치적 논란거리들의 퍼레이드를 보는 꼴이었다. 영어 공교육에서 휴대전화 이용료 인하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책이 보도될 때마다 인수위는 충분한 근거 없이 말 바꾸기를 했으며 언론의 보도는 그런 인수위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놓기 바빴다.
인수위 관련보도의 최대 맹점은 인수위의 조변석개하는 정책만큼이나 언론의 보도가 중심없이 인수위의 입으로서 중계방송만 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인수위가 배포한 보도자료나 발표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이를 토대로 접근 가능한 인수위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강기사를 마련하거나 인수위가 내놓은 정책들에 대한 여론의 풍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했어야 한다. 표피적 사실 이상의 흐름을 짚어내는 보도였어야 한다.
물론 인수위 관련보도가 보도자료에 충실한 중계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에 대해 인수위 관련보도가 기본적으로 정부정책 보도와 동일한 프레임에서 운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도자료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정책보도가 결정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 정책의 대국민 홍보성만을 담보하는 보도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한번, 언론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일부학자나 언론인들은 언론이 공중과 정부에게 여론의 징후를 알려주어 여론을 결정하고 공중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자 역할을 수행한다고 믿으며, 다른 일부는 언론이 정부와 관료의 활동을 감시하는 파수견의 역할을 한다고 받아들인다.
파수견으로서의 언론은 정치적 과정 안에서 배제되어 있는 반면, 참여자로서의 언론은 인수위의 의사결정과정에 공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길을 마련하게 된다. 따라서 보도 태도도 보도자료 이상의 논의를 담보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수위가 발표한 보도자료 이상의 화두를 담아내는 언론보도가 인터넷시대 정론지의 미래다. 보도자료가 지니는 관계부처나 기관 혹은 위원회의 홍보성을 뛰어넘어서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층적이고 논의가 있는 언론을 기대한다.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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