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슈퍼 화요일’대회전은 미 대선전에 나설 민주당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계속될 경선의 장기적 구도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슈퍼 화요일 직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경선은 전반적으로 앞서갈 것으로 예상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슈퍼 화요일 이후 두 주자의 위상은 완전히 대등해졌다.
슈퍼 화요일에서 한치도 밀리지 않았던 오바마 의원의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는 이후 경선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시간은 ‘오바마 의원 편’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슈퍼 화요일에서의 무승부로 불가피해진 민주당의 향후 장기전에서 힐러리 의원이 오히려 오바마 의원을 따라가는 형국이 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슈퍼 화요일을 포함, 지금까지 28개주에서 코커스(당원대회) 및 예비선거가 치러진 상황에서 앞으로 남은 22개주의 경선 시간표도 현재로서는 오바마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슈퍼 화요일에 바로 이어진 9일의 워싱턴ㆍ네브래스카주 코커스와 루이지애나주 예비선거에서 오바마 의원의 전승이 점쳐지고 있는 것은 오바마 의원에게는 승기를 이어갈 결정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루이지애나주는 오바마 의원에게 몰표를 주고 있는 흑인들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고 워싱턴주에서는 젊은 층과 자유주의 세력이 오바마 의원의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네브래스카주는 오바마 의원이 진작부터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의원은 2월 중 치러질 수도 워싱턴 D.C. 코커스, 버지니아ㆍ메릴랜드 예비선거(이상 12일 실시)와 위스콘신 예비선거(19일 실시)에서도 앞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도와 버지니아ㆍ메릴랜드주는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흑인 비율이 높은 곳이고 위스콘신주는 젊은 층과 자유주의 세력이 경선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힐러리 의원은 메인주 코커스(10일 실시) 정도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이곳에서마저 패할 경우, 남은 2월중 경선에서 전패라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힐러리 의원측은 444명의 대의원이 할당돼 있어 ‘미니 슈퍼 화요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3월4일 경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월4일 경선에서 특히 힐러리 의원은 슈퍼 화요일에 자신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텍사스주(대의원 228명)와 경제 문제 해결 능력에 민감한 근로 계층이 다수인 오하이오주(대의원 161)에 기대를 걸고 있다.
힐러리 의원에게 미니 슈퍼 화요일은 경선 종반에 임하기 전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사활적 승부처가 된 것이다. 경선전이 치열해질수록 여성, 히스패닉들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힐러리 의원으로선 고무적이다.
오바마, 힐러리 의원간의 양보없는 접전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는 6월까지 계속될 경선을 모두 치르고도 최종 승자가 가려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전체 대의원의 20% 가량인 796명의 ‘슈퍼 대의원’의 선택이 중요해 지지만 8월 전당대회에서 이들의 투표가 반드시 결정적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미니 슈퍼 화요일 이후 늦어도 4월까지는 상호 조정을 통해서라도 대선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